딸에게 한 방 맞은 최순실 “모녀 인연 끊겠다”
허동준기자
입력 2017-07-14 03:00 수정 2017-07-14 03:00
“엄마가 삼성말 네것처럼 타라고 해” 정유라, 법정 깜짝 출석해 폭탄 발언
소식 들은 최순실 “내 말 안들어” 격노
삼성 “말 소유권 삼성에 있다는 증언”
최순실 씨(61·구속 기소)는 딸 정유라 씨(21)가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자 “딸과 인연을 끊어버리겠다”며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굳이 증언을 하겠다면 내가 먼저 하고 난 다음 나중에 하라고 했는데 말을 안 듣는다”며 격노했다고 한다.
최 씨 측 인사는 13일 “최 씨가 깜짝 놀란 정도가 아니라 기가 찬다고 한다. 최 씨는 딸이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최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 씨는 아연실색, 어안이 벙벙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 씨는 자신이 세운 재판 전략이 정 씨의 증언 때문에 엉망이 됐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의 증언에 대해 특검과 삼성 측 반응은 엇갈린다. 특검 측은 정 씨가 “독일에서 승마코치 안드레아스가 ‘삼성 니즈 투 페이 미(Samsung needs to pay me·삼성은 내게 돈을 지불해야 한다)’라며 짜증을 냈다”고 증언해 삼성의 최 씨 모녀에 대한 승마 지원이 명백히 드러났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정 씨의 증언으로 이 부회장 재판이 수월해진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씨가 “(어머니에게서) ‘삼성이 2020년 올림픽에 대비해 6명을 뽑았다가 2명을 탈락시키고 4명이 출전하는데 네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한 게 삼성이 정 씨를 독점 지원했다는 특검의 공소 사실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또 삼성이 지원한 말 ‘살시도’를 구입하자는 정 씨에게 최 씨가 ‘네 것처럼 타면 된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특검 주장과 달리 말 소유권은 최 씨 모녀가 아니라 삼성이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정 씨는 이 부회장 재판에 ‘깜짝 출석’하기 오래전에 법정에 나설 뜻을 굳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관계자는 “정 씨가 협박이나 회유 때문에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변호인들의 만류와 무관하게, 정 씨는 증언을 하겠다는 뜻이 확고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 씨가 12일 법원까지 이동할 교통편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해 오전 7시경 서울중앙지법에 데려다줬다”고 설명했다.
특검과 검찰 내부에서는 정 씨가 증언을 한 결정적 배경은 법정에서 솔직한 모습을 보이는 게 향후 자신의 재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씨는 앞서 검찰에서 변호인이 동석한 가운데 영상녹화 조사를 받았다. 12일 증언은 대부분 이 영상녹화 조사 때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다. 진술이 재판에서 언젠가는 공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 씨로서는 차라리 증언대에 서서 솔직한 인상을 남기는 편이 좋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 씨의 이런 낌새를 몰랐던 변호인단은 애가 타는 분위기다. 한 변호인은 “이렇게 신뢰를 깨뜨리면 변호를 맡을 수 없다”며 사임할 뜻을 내비쳤다. 최 씨 모녀의 변호인단은 최 씨와 정 씨의 아버지 정윤회 씨(62)와 함께 증인 출석을 강하게 만류해 왔다. 이경재 변호사는 “증언 이후 정 씨와 전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정 씨가 특검 측에만 연락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소식 들은 최순실 “내 말 안들어” 격노
삼성 “말 소유권 삼성에 있다는 증언”
최순실 씨(61·구속 기소)는 딸 정유라 씨(21)가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자 “딸과 인연을 끊어버리겠다”며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굳이 증언을 하겠다면 내가 먼저 하고 난 다음 나중에 하라고 했는데 말을 안 듣는다”며 격노했다고 한다.
최 씨 측 인사는 13일 “최 씨가 깜짝 놀란 정도가 아니라 기가 찬다고 한다. 최 씨는 딸이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최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 씨는 아연실색, 어안이 벙벙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 씨는 자신이 세운 재판 전략이 정 씨의 증언 때문에 엉망이 됐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의 증언에 대해 특검과 삼성 측 반응은 엇갈린다. 특검 측은 정 씨가 “독일에서 승마코치 안드레아스가 ‘삼성 니즈 투 페이 미(Samsung needs to pay me·삼성은 내게 돈을 지불해야 한다)’라며 짜증을 냈다”고 증언해 삼성의 최 씨 모녀에 대한 승마 지원이 명백히 드러났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정 씨의 증언으로 이 부회장 재판이 수월해진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씨가 “(어머니에게서) ‘삼성이 2020년 올림픽에 대비해 6명을 뽑았다가 2명을 탈락시키고 4명이 출전하는데 네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한 게 삼성이 정 씨를 독점 지원했다는 특검의 공소 사실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또 삼성이 지원한 말 ‘살시도’를 구입하자는 정 씨에게 최 씨가 ‘네 것처럼 타면 된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특검 주장과 달리 말 소유권은 최 씨 모녀가 아니라 삼성이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정 씨는 이 부회장 재판에 ‘깜짝 출석’하기 오래전에 법정에 나설 뜻을 굳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관계자는 “정 씨가 협박이나 회유 때문에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변호인들의 만류와 무관하게, 정 씨는 증언을 하겠다는 뜻이 확고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 씨가 12일 법원까지 이동할 교통편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해 오전 7시경 서울중앙지법에 데려다줬다”고 설명했다.
특검과 검찰 내부에서는 정 씨가 증언을 한 결정적 배경은 법정에서 솔직한 모습을 보이는 게 향후 자신의 재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씨는 앞서 검찰에서 변호인이 동석한 가운데 영상녹화 조사를 받았다. 12일 증언은 대부분 이 영상녹화 조사 때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다. 진술이 재판에서 언젠가는 공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 씨로서는 차라리 증언대에 서서 솔직한 인상을 남기는 편이 좋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 씨의 이런 낌새를 몰랐던 변호인단은 애가 타는 분위기다. 한 변호인은 “이렇게 신뢰를 깨뜨리면 변호를 맡을 수 없다”며 사임할 뜻을 내비쳤다. 최 씨 모녀의 변호인단은 최 씨와 정 씨의 아버지 정윤회 씨(62)와 함께 증인 출석을 강하게 만류해 왔다. 이경재 변호사는 “증언 이후 정 씨와 전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정 씨가 특검 측에만 연락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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