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자가 버스 정비… 사고땐 “운전 미숙” 허위진술 강요

조동주 기자 , 최지선 기자

입력 2017-07-14 03:00 수정 2017-07-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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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道참사’ 오산교통 운영 백태

9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7중 추돌사고를 낸 광역급행버스(M5532) 운행업체가 버스 운전사를 대상으로 한 ‘갑질’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운행 중 사고가 나면 운전사에게 강제로 수리비를 분담시키고 무자격자에게 정비 업무를 맡긴 혐의(공갈 등)다. 이 같은 버스업체의 탈법 운영이 18명의 사상자를 낸 참사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운전사에게 수리비 떠넘겨”

동아일보 취재진이 12, 13일 만난 오산교통 전·현직 버스 운전사들은 “회사 측의 안전관리가 소홀한 부분이 있는데도 사고가 나면 기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보험 납입금이 오를 것을 우려해 보험 처리 대신 자체 수리를 했고 사고 분담금 명목으로 수리비의 최대 50%를 운전사에게 현금으로 내도록 강요했다는 것.

운전사들은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사측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거부하면 배차 제외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비를 털어 수리비를 냈다. 오산교통의 한 운전사는 “수리비는 계좌이체도 안 되고 무조건 현금으로만 받았다. 액수가 크면 분납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전사는 “수리비 명세서를 보여주지도 않았다. 내가 낸 돈이 정말 수리비의 50%인지 아닌지 알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운전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오산교통은 차량 결함으로 사고가 나도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났다”고 경찰에 허위 진술토록 회유했다고 한다. 회사에 사고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 전직 운전사 A 씨는 지난해 3월 운행 도중 브레이크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아 가로수를 들이받고 승객 2명이 다치는 사고를 냈다. A 씨는 “당시 회사가 경찰 조사에서 운전 미숙으로 진술해주면 버스 수리비를 면제해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당시 계약직이던 A 씨는 재계약을 못 할까 봐 ‘울며 겨자 먹기’로 경찰에 허위 자백을 했다. 8개월 뒤 또다시 브레이크 고장으로 접촉사고가 나자 회사 측은 A 씨에게 수리비 80만 원을 분담하라고 요구했다. A 씨는 결국 퇴사했다. 오산교통은 운전사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올 1월부터 사고 수리비를 보험 처리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 횡령 의혹도 수사 대상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수리비를 현금으로만 냈다는 운전사들의 진술 등을 근거로 오산교통 B 대표의 횡령 의혹도 조사 중이다. B 대표는 2009∼2013년 버스 운행에 따른 현금 수입을 실제보다 적게 장부에 기재해 차액 36억 원을 횡령한 전력이 있다. 그는 허위 장부를 근거로 회사가 적자를 보고 있는 것처럼 꾸며 경기도로부터 운영개선지원금 명목으로 22억 원을 타낸 혐의(사기 등)로 2015년 서울고법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B 대표는 회사 노조위원장에게 “교섭위원을 설득해 최저임금으로 임금 협상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며 8500만 원을 건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경찰은 또 B 대표가 차고지에 자가 정비소를 운영하며 정비기능사 2급 자격증이 없는 정비공 4명을 고용한 사실도 파악했다.

한편 서울 서초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치상) 혐의로 광역급행버스 운전사 김모 씨(51)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김 씨가 시속 93∼109km로 달린 사실 등을 근거로 과속보다는 졸음운전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판단했다.

조동주 djc@donga.com·최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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