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 경고” 박근혜 지시정황 수사

강경석기자 , 김현수기자

입력 2017-07-13 03:00 수정 2017-07-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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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면세점 점수조작 수사 착수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면세점 선정 비리’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롯데에 강한 워닝(Warning·경고)을 줘야 한다”고 지시한 일이 관세청 심사에서 롯데가 탈락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줬는지가 이번 수사에서 밝혀질지 주목된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감사원이 천홍욱 관세청장과 2015년 면세점 선정 심사를 담당했던 전·현직 서울세관 직원 등 5명을 수사 의뢰한 사건을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해온 특수1부(부장 이원석)에 배당했다. 천 청장은 면세점 심사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으려고 파기한 혐의(공공기록물법 위반)다. 나머지 서울세관 관계자들은 심사 점수를 조작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등)를 받고 있다.

검찰은 롯데가 2015년 7월과 11월 면세점 선정에서 탈락했다가 지난해 12월 다시 사업권을 되찾은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8월 경제수석실에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대기업 독과점 규제 방안을 마련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다. 또 경제수석실을 통해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주요 경제 부처에 “롯데에 강한 워닝을 줘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 때문에 관세청이 롯데의 심사 점수를 의도적으로 깎아 면세점 사업권을 박탈했는지, 이 일이 롯데의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규명할 방침이다.

천 청장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관계가 면세점 선정 비리 은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천 청장은 앞서 수사 과정에서 지난해 4월 말 관세청장 임명을 앞두고 최 씨의 측근이었던 고영태 씨(41·구속 기소)와 비밀 면접을 본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천 청장은 관세청장에 취임한 이튿날에는 최 씨에게 식사 접대를 하면서 “실망시키지 않겠다”며 ‘충성 맹세’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면세점 업계는 감사원이 발표한 관세청의 심사 비리에 대해 경악하는 분위기다. 한 신규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모두의 실패”라고 말했다. 정부가 특허 허가권을 남용하고 시장을 왜곡한 결과 특혜의 수혜자, 피해자뿐 아니라 모든 시장 참여자가 비용을 치르게 됐다는 얘기다.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4곳 중 선정 당시 ‘수혜자’로 꼽혔던 두산과 한화는 극심한 영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두타면세점의 영업적자는 1분기(1∼3월)에만 1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 갤러리아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제주공항 면세점과 63점(서울 시내면세점)을 합친 매출은 444억 원, 영업적자는 127억 원이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향후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더해져 인기 브랜드 유치에도 ‘적색등’이 켜졌다.

1, 2차 면세점 심사 점수 조작에서 피해자가 된 롯데면세점도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롯데는 사업권 상실로 4400억 원가량의 피해를 본 걸로 추정된다. 또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형사 처벌은 물론이고 기업 이미지 훼손과 매출 하락 등 추가적인 경제적 손실도 불가피하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사기를 쳤다’는 말도 나왔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2015년 2차 심사에서) 특허를 내 줄 때에는 ‘이제 당분간 추가는 없다’고 해서 수백억 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뒤 말을 바꿔 추가로 허가를 내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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