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WD-훙하이와도 협상 재개…‘한국에 기술유출’ 우려에

도쿄=장원재특파원

입력 2017-07-12 11:31 수정 2017-07-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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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으로 반도체 자회사 매각을 진행 중인 도시바가 “(미국 반도체 회사) 웨스턴디지털(WD) 및 대만 훙하이(鴻海) 그룹과도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달 2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미일 연합’의 계약 체결이 지연되자 조속한 매각을 위해 대안 찾기를 병행하는 모습이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도시바의 히라다 마사요시(平田政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날 채권은행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한미일 연합과의) 정식 계약에 당초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며 WD 및 훙하이와의 협상 진행 사실을 공개했다.

한미일 연합과의 계약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SK하이닉스의 의결권 확보 문제를 둘러싸고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일 연합은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을 주축으로 한다. SK하이닉스는 전환사채(CB)의 형태로 참여해 향후 베인캐피털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우선협상자 선정 후 일본 내에서 한국 기업으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각국 독점금지법 심사를 가급적 빨리 끝내려 하는 도시바도 SK하이닉스의 의결권 취득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도시바는 2위, SK하이닉스는 5위다.

도시바와 협상을 재개한 훙하이는 애플, 아마존 등과 손잡고 입찰에서 3조 엔(약 30조3000억 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적어 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국가안보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는 메모리 사업이 ‘차이나머니’에 인수되는 것을 반대해 탈락했다. 그럼에도 궈타이밍(郭臺銘) 회장은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욧카이치 공장에서 도시바와 반도체를 공동 생산해 온 WD는 “합작사의 동의 없이 지분을 매각할 수 없다”며 국제중재재판소와 미국 법원에 제소한 상태다. 한편으로는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손잡고 인수에 나서고 있다. 다만 WD가 인수할 경우 각국 독점금지법 심사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거래은행들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든 반도체 자회사를 조기에 매각할 것을 도시바에 요구하고 있다. 도시바 측은 이날 “몇 주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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