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몸속에 ‘IoT캡슐’… SKT가 연 스마트 축산

신동진기자

입력 2017-07-11 03:00 수정 2017-07-11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가축 관리 ‘라이브케어’ 출시


충남에서 축산업을 하는 조상훈 씨(43)는 집에서도 스마트폰을 통해 축사에 있는 소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체크한다. 소의 위 속에 넣은 ‘바이오캡슐’이 소의 체온과 산도(pH)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조 씨는 “바이오캡슐을 활용하기 전까지는 소가 체했어도 쓰러질 때까지 알아낼 방법이 없었는데 이제 체온이 떨어지면 알람이 울려 서둘러 조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캡슐은 소의 생체 정보와 음식 섭취 현황 등도 보내와 소의 질병 관리도 할 수 있게 해준다. 암소의 경우엔 분만 징후와 수정 적기를 예측해 수태율을 높여주기도 한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농축산업으로 확대되면서 농가의 생산성을 높이는 황금알이 되고 있다. 농축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이 얹히면서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은 10일 가축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유라이크코리아와 손잡고 소의 이력관리, 질병, 수태 등 신체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라이브케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체내 캡슐을 이용해 목이나 귀에 걸었던 체외 부착형 태그가 파손되는 등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는 단점을 보완했다. 사탕수수와 옥수수 재질로 만든 친환경 캡슐이 소의 위에 들어오는 음식물과 체온 및 산도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낮은 전력으로 가동되는 IoT 전용망 ‘로라’의 장점을 활용해 캡슐 사용기한을 최대 7년으로 늘렸다.

SK텔레콤은 ICT를 활용한 ‘스마트 영농’ 시스템 개발에 앞장서왔다. 2012년 농장에 온도, 이산화탄소, 동작 감지 등 센서를 설치해 스마트폰으로 비닐하우스 개폐나 농약 살포를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팜’ 시스템을 개발했다. 2014년에는 IoT 기반의 스마트 장어 양식장을 국내 최초로 선보여 외부 환경에 민감한 장어 폐사율과 관리 비용을 대폭 줄였다. 수온과 수질, 산소량 등 센서로 측정한 데이터를 근거리 무선통신으로 모아서 loT 관리 플랫폼에 전송하는 방식을 썼다.

SK텔레콤은 앞으로 가축의 체내 데이터 및 농장주들의 축사관리 경험 데이터를 빅데이터로 축적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가축 질병을 사전에 감지하는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다. 또 중국 미국 호주 브라질 등 소를 많이 사육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라이브케어 서비스를 IoT망과 묶어 수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SK텔레콤이 농축산 현장에 눈을 돌린 것은 스마트 농축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존의 모바일 음성 데이터 중심의 사업에서 다른 산업과의 적극적인 융합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실제로 기후 변화로 식량과 물 부족 문제가 대두되면서 스마트 농축산업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1차산업이 ICT 분야와 접목해 생산성 제고 등 시너지를 내면서 새로운 시장이 생긴 셈이다.

해외에서는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적은 비용, 더 많은 생산’을 목표로 농업 기술의 혁신적인 시스템 개발에 집중해 기술 수출로만 40억 달러(약 4조6000억 원)를 벌어들였다. 세계적인 온실 환경 제어 기술을 갖춘 네덜란드의 프리바는 미국과 유럽에 원격 영농 시스템을 수출하고 있다. 축산 ICT 기업 렐리는 우유 생산에서 관리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해 시간과 노동력을 절감해주며 세계 착유로봇시장 6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농가 생산성을 높이는 스마트 영농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 개발을 위해 2014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143억 원을 투자했다. 한국형 스마트팜은 원격 모니터링과 제어로 온실 관리를 편리하게 하는 1단계, 정밀생육관리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2단계, 에너지 효율 최적화와 로봇 등을 활용한 무인자동화시스템을 적용한 3단계로 나누어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 가축관리 분야에서도 2019년까지 3단계 기술개발 완료를 목표로 연구 용역 중이다.

최희철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스마트팜 1단계는 거의 마무리 단계로, 가축의 생체 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한 2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한국 기업들의 ICT 기술력을 융합하면 네덜란드 등 축산선진국과의 과학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