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와 디자이너의 경계를 넘나든 두 전시회

김민기자

입력 2017-07-06 03:00 수정 2017-07-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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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림 라시드전
그레타 가르보 이름 딴 휴지통 등 드로잉-가구 등 350여점 선봬
크시슈토프 보디치코전
사회-정치적 이슈에 깊은 관심… 백범 김구 조각상 활용 작품 눈길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카림 라시드가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의 이름을 따서 만든 휴지통 ‘가르보’. 오른쪽은 폴란드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크시슈토프 보디치코가 백범 김구의 조각상 위에 다양한 영상과 목소리를 입혀 만든 ‘나의 소원’. 아트센터이다·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모마)은 플라스틱 휴지통을 소장하고 있다. 과감한 곡선과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인기를 끈 ‘가르보’다.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1905∼1990)의 이름을 따 1996년 만들어진 이 휴지통은 10년 동안 700만 개 이상 팔렸다.

가르보를 만든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57)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10월 7일까지 열린다. ‘스스로를 디자인하라(Design Your Self)’는 주제로 가르보 휴지통은 물론이고 초창기 디자인의 드로잉과 가구, 미디어 작품 등 350여 점을 선보인다.

“디자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의 집에서 가르보를 발견하는 것이 모마에 소장된 것보다 내게 더 의미 있다”고 말하는 라시드는 이번 전시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도 디자인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그가 기획하고 꾸민 전시장은 화이트큐브를 넘어 현란하고 감각적인 패턴이 가득하다. 전시장 중간에 설치된 작품 ‘플레저스케이프(Pleasurescape)’는 맨발로 올라가 밟고 만지고 앉아볼 수도 있다. 라시드가 믹싱한 음악도 전시장에 흘러나온다. ‘좋은 디자인은 소수가 아닌 다수와 소통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전시는 배경지식 없이 보는 것만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경계를 넘어서는 또 하나의 전시가 있다. 디자이너로 출발해 순수 예술가가 된 크시슈토프 보디치코(74)의 개인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10월 9일까지 ‘크시슈토프 보디치코: 기구, 기념비, 프로젝션’전을 개최한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나 산업 디자이너로 일했던 보디치코는 1980년대 공공장소에 빔 프로젝션을 이용한 영상 작업을 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특히 1985년 영국 런던의 트래펄가르 광장에서 벌어진 해프닝이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넬슨 기념비에 로켓 이미지를 상영하던 그는 갑자기 프로젝터를 동쪽으로 돌려 남아프리카공화국대사관에 독일 나치의 상징 ‘하켄크로이츠’ 이미지를 쏘았다. 당시 인종 분리 정책으로 몸살을 앓고 있던 남아공을 나치에 비유해 비판한 것이다. 결국 경찰의 저지로 이 영상은 두 시간 만에 내려졌다. 그 후로도 보디치코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과 정치적 이슈에 관한 작업을 주로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는 백범 김구의 조각상 위에 해고 노동자, 탈북 예술가, 동성애 인권 운동가 등의 영상과 목소리를 입힌 ‘나의 소원’이 새로 공개된다. 이 작품은 보디치코가 지난해 5월부터 다양한 한국 사회 구성원들을 만나 1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했다.

산업 디자이너로서의 경험을 살려 노숙자, 이민자 등과 관련한 이슈를 제기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디자인’ 시리즈도 공개된다. 다른 문화권에서 온 이민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소품을 담아 만든 ‘외국인 지팡이’, 노숙자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제작한 ‘노숙자 수레’ 등이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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