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위안부 피해 여성 담긴 영상 첫 공개

홍정수기자

입력 2017-07-06 03:00 수정 2017-07-0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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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정진성 서울대 교수팀, 美국립문서기록관리청서 필름 확인

1944년 중국 쑹산에서 미중 연합군 소속 중국인 장교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신문하고 있다. 이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발견된 위안부 동영상의 한 장면이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2000년 위안부 피해자 고 박영심 할머니가 자신을 ‘만삭 여성’ 당사자라고 밝혀 화제가 됐던 사진이다. 서울시·서울대 정진성 교수 연구팀 제공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그동안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증언이나 사진, 문서 자료는 있었지만 실제 촬영된 영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와 서울대 정진성 교수 연구팀은 2015년부터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을 뒤져 2관에서 위안부 여성 영상을 발굴했다고 5일 밝혔다. 서울대 인권센터 강성현 교수는 “NARA 소장 필름 가운데 200개 정도를 추려 2년간 일일이 확인해 발굴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가 이날 공개한 영상은 18초 길이의 흑백으로 1944년 9월 태평양전쟁 당시 중국 쑹산(松山)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미중 연합군으로 활동한 미군 1654통신대 사진대 소속 에드워드 페이 병장이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는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던 시기다. 미중 연합군은 쑹산을 탈환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24명 중 10명을 생포했다.

영상에서 미중 연합군 제8군사령부의 중국군 참모장교인 신카이 대위로 추정되는 남성은 포로로 잡힌 위안부 여성 7명을 세워놓고 그중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 나머지 여성들은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하는 모습이다. 모두 신발도 제대로 못 신은 맨발 차림이다. 촬영장소는 8군사령부가 임시로 사용하며 포로를 신문하던 민가다.

영상 속 인물 일부는 2000년 위안부 피해자인 고 박영심 할머니가 자신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만삭의 위안부 여성 사진에 나오는 여성들과 용모와 옷차림이 일치한다. 연구팀은 영상에 등장하는 7명 중 5명이 한국인일 것으로 추정했다. 박 할머니는 당시 사산(死産)한 뒤 치료를 받고 있어 영상에는 나오지 않는다. 연구팀은 영상 속 한국인 위안부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특정하기 힘들지만, 이들이 최소한 미중 연합군이 작성한 ‘조선인 위안부 명부’에 포함된 여성들이라고 설명했다. 박 할머니의 이름도 포함된 명부에는 한국 이름과 당시 나이, 고향이 기록돼 있다.

시와 연구팀은 위안부 관련 연구가 그동안 생존 피해자의 증언 위주로 이뤄졌지만 고령으로 점점 세상을 뜨고 있는 만큼 기록물 발굴이 더 중요해질 거라고 보고 있다. 강 교수는 “자료를 찾고 열람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자료의 체계적 조사와 수집이 필요한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인 조사·발굴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9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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