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복판에 뜬 “군함도는 지옥섬”

장선희기자

입력 2017-07-05 03:00 수정 2017-07-05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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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교수, 타임스스퀘어에 고발 광고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뜬 ‘군함도의 진실’ 광고. 서경덕 교수는 “전광판에 광고가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외신에서 주목하기 때문에 언론을 통한 2차 홍보가 가능하다”며 “다음 주에는 소셜 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대대적인 3차 광고 캠페인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서경덕 교수 제공
“The Island of Hell(지옥섬).”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가로 66m, 세로 13m 규모 대형 전광판에 뜬 문구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43·사진)는 일제강점기 한인을 강제로 징용해 노예 생활을 시켰던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군함도(일본명 하시마·端島)의 진실을 고발하는 15초 남짓한 광고 영상을 3일 오전(현지 시간)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띄웠다고 4일 밝혔다.

5일은 일본이 군함도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광고를 기획한 서 교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군함도는 한국인들을 강제 징용했던 섬이고 12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옥섬’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다”며 “오늘부터 9일까지 하루 1000회씩 일주일간 총 7000회 노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 정부는 2년 전 군함도를 세계유산으로 올리면서 강제 징용 사실을 알리는 정보센터를 건립하기로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지키지 않았다”며 “세계인들에게 일본의 역사 왜곡을 널리 알리려 영상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또 광고가 게재된 직후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4일이 미국 독립기념일이라 현재 타임스스퀘어는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이 붐빈다”며 “세계 심장부인 타임스스퀘어에 광고가 올라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큰 상징성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번 광고에 들어간 비용은 총 2억여 원. 서 교수는 이를 위해 지난달 1일부터 한 달간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을 통해 누리꾼 5500여 명으로부터 기금을 모았다. 이달 26일 개봉을 앞둔 영화 ‘군함도’ 제작진도 펀딩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7000만 원어치의 경품을 제공하는 등 모금에 참여했다.

앞서 서 교수는 ‘군함도의 진실’ 광고 외에도 세계인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의 대형 전광판을 통해 독도와 동해, 일본군 위안부 등 일본의 역사 왜곡을 알리는 광고 캠페인을 꾸준히 펼쳐 왔다.

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항에서 18km 떨어진 곳에 있는 야구장 2개 크기의 섬이다. 1916년 미쓰비시광업이 세운 일본 최초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멀리서 보면 군함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미쓰비시는 해저 탄광이 있는 이 섬에서 조선과 중국 등에서 강제 동원한 노동자들을 부려 석탄을 캤고, 일본 정부는 2015년 ‘비(非)서구지역에서 최초로 성공한 산업혁명 유산’이라는 점을 내세워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당시 한국에서 거센 비난 여론이 일자 일본 정부 대표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1940년대에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노역을 당했다”며 “일본은 정보센터 설립 등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포함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다. 일본은 12월 1일까지 이행경과 보고서를 제출하고, 내년 7월 세계유산위원회는 보고서를 검토해 의견을 내게 돼 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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