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진영]10학번 착한 농부들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입력 2017-07-04 03:00 수정 2017-07-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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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스물다섯. 도시의 젊은이들은 취업용 스펙 관리에 매달려 있을 나이다. 농촌의 흙수저 박상봉 씨는 일찌감치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하고 강원 정선에 땅 1만1900m²(약 3600평)를 빌려 곤드레와 약초 농사를 짓는다. 연매출 1억2000만 원에 순소득은 6000만∼7000만 원. 땅 한 평 물려받지 않고 맨손으로 거둬들인 소출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방송된 채널A ‘유쾌한 삼촌―착한 농부를 찾아서’(금 오후 8시 20분)의 주인공이었다. 방송에는 같은 대학 10학번 동기들인 정우진, 최동녘 씨도 나왔는데 작물이 달라 농번기가 겹치지 않는 세 친구는 품앗이 농사를 짓는다. ‘N포 세대’와 달리 연애도 취업도 무엇도 포기하지 않고 농업이라는 블루오션에 뛰어든 청년 창업농들을 전화로 만났다.

▽박=농사를 짓는 집안이어서 다른 길은 생각하지 않았어요. 전공은 채소학이고요.

▽정=조직에 얽매이는 게 싫었어요. 전공(과수학)을 살려 경북 상주에서 감나무를 키우고 있습니다. 곶감 5만 개를 말려 얻는 순소득이 3000만∼4000만 원이에요. 올해는 10만 개가 목표입니다.


▽최=입학은 채소학과로 했는데 집에서 하는 사과 농사를 유기농으로 해보기로 마음먹고 4학년 때 과수학을 공부했어요. 연간 순소득은 6000만∼7000만 원, 올해는 우박 때문에 걱정이에요.


―학비가 무료인 데다 영농후계자로 병역특례 혜택도 받았네요.

▽박=덕분에 일을 일찍 시작해 동네 친구들보다 많이 벌어요.


▽정=남 밑에서 일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좋아요. 제 사업이니 제가 사장입니다.


▽최=
도시에선 이 사업 해볼까 생각하면 이미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죠. 농촌에선 무엇을 생각해도 시작 단계예요.

―그래서 블루오션이군요. 하지만 많은 젊은이가 농촌을 기피합니다.

▽최=젊은 나이에 농촌에서 산다는 건 힘든 일이에요. 저도 애슐리(패밀리 레스토랑) 가고 싶죠. 여긴 치킨도 양념과 프라이드 딱 2종류예요. 월급은 매월 받지만 농사는 한 해의 산물이어서 잘못됐을 때 좌절감이 커요.

▽정=육체적으로 진짜 힘들어요. 셋이서 약속했죠. 아내는 다른 일을 하게 하자고.

▽박=
농사는 날씨에 달려 있는데 그건 신의 영역이죠. 공산품과 달리 농산물은 가격이 폭락할 수도 있고요.


―청년농업인 직불금제 등 젊은 농촌을 만들기 위해 여러 지원책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아무리 지원을 해줘도 결국 개인 역량이 중요해요.

▽정=
투정하고 싶지 않아요. 스스로 이겨내려 합니다.


―기후변화와 세계 인구의 증가세를 감안하면 농업은 유망 산업이라고 합니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딸을 농고에 보내겠다고 했는데요.

▽최=흙에서 작물을 키워내는 일, 이건 인공지능(AI)이 할 수 없죠. 제 사과는 무농약 유기농 저탄소 사과예요. 이걸 사먹는 것만으로도 지구를 살린 셈이 되는 겁니다.

▽박=부모 세대는 전통 농법을 따르지만 저는 대학에서 배운 걸 토대로 새로운 시도를 해요. 제 방식대로 밀고 나가 소비자들이 찾는 농산물을 만들어내는 것, 그게 제 자부심입니다.


―훗날 자녀가 농사를 짓겠다고 한다면….

▽정=부모님은 제가 농대 가는 걸 달가워하지 않으셨지만 저는 도와줄 겁니다.

▽최=절 보고 자란 자식이 농사를요? 그건 제가 성공한 농부라는 뜻이잖아요!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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