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삼 전문기자의 人]이계호 “한국인 남성 노리는 대장암, 예방 특효약은 콩”

이형삼 전문기자

입력 2017-07-01 03:00 수정 2017-07-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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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먹거리학교’ 운영하는 이계호 충남대 명예교수

이계호 충남대 명예교수는 잘못된 먹거리, 나쁜 생활습관, 무리한 정신적 환경을 만병의 원인으로 꼽는다. 충북 옥천의 태초먹거리학교에 일군 매실밭에서 황매실을 따는 이 교수. 옥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이형삼 전문기자
‘토마토는 올리브오일에 데쳐 먹어라’ ‘중금속에 노출되지 마라’ ‘백미밥보다 현미밥이 좋다’…. 요즘 이런 건강정보는 ‘상식’ 수준이라 귀담아 듣지도 않는다. 하지만 말을 이렇게 바꾸면? “토마토의 리코펜 성분은 지용성이니 오일이 귀찮으면 견과류 몇 알과 같이 먹어라” “철 수세미로 냄비 박박 씻지 말고 중금속 흡수를 막는 마늘, 부추, 양파를 먹어라” “현미밥은 50번 이상 씹어 먹지 않으면 독(毒)이 된다. 오래 씹지 못하겠으면 밥과 죽의 중간 형태로 먹어라”….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계호 충남대 화학과 명예교수(64)는 TV 건강 프로그램과 대중 강연에서 이처럼 일상생활과 밀접한 구체적인 정보, 상식이되 상식을 뒤집는 메시지로 청중을 사로잡는다. 과학적 데이터와 깊이 있는 분석을 ‘일반인의 언어’로 매끄럽게 풀어낸다. 화학자가 건강 먹거리 전도사를 ‘겸직’한 출발점은 그가 2010년 충북 옥천의 산골마을에 전원주택처럼 지은 ‘태초먹거리학교’다.

아픈 사연이 있다. 2006년, 스물두 살이던 딸의 가슴에서 암세포가 발견됐다. 딸이 치료받는 동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암에 특효라는 식품 등 온갖 정보를 끌어모으는 것뿐이었다. 그 결과 방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려야 했다. 첫 번째 시행착오였다.

항암·방사선 치료를 마친 딸은 다행히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서둘러 복학해 졸업작품 준비로 과로를 거듭했다. 1년 뒤 암세포가 온몸으로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항암치료로 무너진 면역력을 회복하기 전에 분주한 삶으로 돌아간 탓이었다. 두 번째 시행착오였다. 이 교수는 이때부터 국내외 암 전문병원들의 치료 사례와 참고문헌을 수집했고 대체의학, 통합의학 임상 사례와 민간요법까지 연구했다. 그러던 2009년 가을, 딸은 그의 품에 안겨 숨을 거뒀다.

“아이를 보내고 나서야 시행착오를 깨달았다. 수많은 암환자가 똑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한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암에 좋다는 것들을 찾아 헤매고, 병원 치료를 마친 뒤엔 별다른 관리 없이 과거의 생활로 돌아간다. 이런 시행착오를 피할 순 없을까, 암을 예방하는 건 불가능할까. 딸아이가 남기고 간 질문의 답을 찾으려 시작한 게 태초먹거리학교다.”

처음엔 주말마다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강의했으나 건강식과 자연치유에 관심 있는 일반인도 많이 찾아왔다. 신청자가 대거 몰려들면서 태초먹거리학교의 좁은 거실을 벗어나 대형 강연장을 빌릴 때도 많다. 강연의 핵심은 ‘면역력 향상을 위한 기본의 회복’이다.

“한국인 평균수명이 81세로 늘어났다지만 81세까지 살면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린다. 암을 비롯한 모든 증상에는 원인이 있다. 매일 지켜야 할 ‘기본’을 바쁘다고, 귀찮다고, 공부한다고 안 지키다가 쌓이고 쌓여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미 증상으로 나타난 것을 치료하는 분야에선 한국이 세계 최고일 거다. 하지만 원인이 반복된다면 허사다. 증상 치료는 전문의가 하지만 원인 치료는 자신이 해야 한다. 원인은 3가지다. 잘못된 먹거리, 나쁜 생활습관, 무리한 정신적 환경.”

이계호 교수가 기본 중의 기본으로 꼽는 것은 물이다. 그는 “물이 부족해 혈액이 찐득찐득해지면 통증, 염증, 대사 이상 등 만병의 근원이 된다”고 강조한다. 입안이 마르거나 갈증을 느끼면 이미 ‘나쁜 상황’이 발생한 뒤라 그 전에 마셔야 한다. 물은 땀, 호흡, 대소변으로 빠져나간 만큼 보충해주면 된다. 너무 많이 마셔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소변 색깔로 적정 섭취량을 판단하라고 했다. 짙은 노란색이면 물 공급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이것도 번거로우면 ‘3-2-1’(식사 30분 전, 식사 2시간 후, 취침 1시간 전 각 1컵)을 실천하라고 조언했다. 또한 약수든, 정수기 물이든, 수돗물이든 보리, 옥수수, 결명자 등을 넣고 끓인 뒤 냉장고에 저장해 먹는 물이 가장 건강한 물이라고 한다.

그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강의하듯 인터뷰를 이어갔다. 다음은 그가 전하는 건강 먹거리 팁 몇 가지. △뿌리, 줄기, 잎이 골고루 포함된 채소와 과일이 좋다. 파 뿌리, 양파 껍질도 요리에 활용하라. △5가지 색깔의 채소와 과일을 매일 먹으면 암에 안 걸린다(미국암협회). △크고 푸르고 윤기가 나 상품성이 뛰어난 녹색 잎채소는 질소비료를 많이 줬을 수 있다. △유기농은 새싹이 미생물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덜 숙성된 유기농 퇴비를 쓰면 슈퍼박테리아 감염 위험도 있다. 이 때문에 친환경·유기농 농산물은 더 깨끗이 씻어 먹어야 한다. △조리 시간이 길수록 영양분이 변화하고, 열을 가할수록 유해 화학물질이 생성된다.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요리법으로 바꿔라….

요즘 이 교수는 한국인의 장(腸) 건강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그는 “인체 면역세포의 80%가 장에 머물며 겹겹으로 보초를 서서 유해물질 침투를 차단하는데, 지금 한국인의 장 건강이 극히 좋지 않다”고 우려한다. 한국의 대장암 환자는 10만 명 중 45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남성 발병률이 여성보다 2배 높다. 한국 남성이 독보적 세계 1위라는 의미다. 20, 30대 젊은층의 대장 용종 발견 사례도 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사회적 관심은 대장암의 치료에만 집중될 뿐 원인을 찾아 없애려는 노력엔 소홀하다.

“흔히 육류 위주의 서구인 식단으로 바뀐 것을 원인으로 꼽는데 고기는 죄가 없다. 미국인의 육류 섭취량은 연간 약 140kg으로 우리보다 3, 4배 많이 먹지만 대장암 환자는 10만 명 중 38명꼴이다. 문제는 매일, 매 끼니에 나눠 고기를 먹는 그들과 달리 한국인은 한꺼번에 너무 많이, 몰아서 먹는 데 있다. 인체가 하루에 필요로 하는 단백질의 양은 일정하다. 단백질은 필요량보다 많이 섭취하면 나중에 쓸 수 있게끔 저장되지 않고 지방으로 축적되거나 소변으로 배출된다.”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은 체중 1kg당 1g 정도라고 한다. 체중 70kg이면 70g이 필요하다. 70g 초과분은 내일 먹어야 한다. 쇠고기, 돼지고기의 단백질 함량이 20%쯤이니 단백질 70g을 섭취하려면 하루에 반 근이 좀 넘는 350g의 육류를 먹으면 된다. 하지만 이건 육류로만 단백질을 섭취할 때의 얘기다. 한국인은 생선도 많이 먹고 식물성 단백질 섭취량도 적지 않다. 콩의 단백질 함량은 40%로 청국장 한 그릇(100g)이면 단백질 40g을 섭취한다. 쌀에도 단백질이 있다. 세 끼 밥만 먹어도 하루 필요량의 20%가 충족된다. 이래저래 초과 섭취된 단백질을 배출하려니 장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부자들만 고기를 먹던 시절이 너무 길었던 탓에 한국의 기성세대는 고기에 한이 맺혔다. 자녀에게 한 점이라도 더 먹이려고 안달했다. 고기 폭식이 대물림됐다. 법인카드로 밤늦도록 왕창 먹어대는 회식 문화도 한몫했다. 아이들의 야식 단골 메뉴도 치킨, 족발, 돈가스다. 고기를 늦은 시간까지 먹는 것도 면역 저하의 주범이다.”

탄수화물은 위에서 소화되는 데 2시간, 육류는 3∼5시간 걸린다. ‘고기를 먹었더니 속이 든든하다’는 건 소화가 늦게 돼서다. 밤에 장이 잠을 잘 때, 즉 장이 비었을 때는 장내 면역세포들이 온몸을 돌아다니며 해로운 찌꺼기들을 청소한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하지만 늦도록 고기를 먹느라 장을 깨워두면 그럴 겨를이 없다. 이로 인한 면역 저하는 모든 질병의 시작이다. 이 교수는 “인구 10만 명당 결핵 환자가 미국은 5명, 일본은 15명인데 한국은 80명으로 단연 세계 1위다. 결핵 환자 중 20대가 가장 많은 것도 놀랍다. 결핵은 영양 나쁘고 면역 떨어져 걸리는 전형적인 후진국 질병인데…”라며 혀를 찼다. 튀긴 음식 등 지방을 과다 섭취하는 것도 걱정거리다.

이 교수가 장 건강 회복을 위한 ‘해결사’로 추천하는 것은 콩이다. 대장엔 100조∼700조 마리의 유익균, 유해균, 기회균이 사는데 시판 유산균 제품엔 기껏해야 100억 마리의 유산균이 들어 있다. 장에 도달하는 수는 그보다 훨씬 적다. 중요한 건 유산균 수가 아니라 얼마나 번식하느냐다. 유산균의 먹이는 당(糖)인데 단당류인 포도당은 대장까지 못 가지만 3∼10개의 당이 결합한 올리고당은 소장에서 분해되지 않고 대장까지 간다. 콩엔 올리고당이 많을 뿐 아니라 유산균이 달라붙어 사는 식이섬유도 풍부하다.

전 세계 주요 콩 품종의 원산지는 한반도 일대다. 목축을 하지 않은 한국인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하지만 소비가 급감하면서 생산량도 줄어 자급률이 8%로 떨어졌다. 수입 콩의 대부분은 유전자변형 콩이다.

“콩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뿌리로 천연비료 성분을 스스로 당겨 오니 농약도 덜 쓴다. 그래서 콩을 수확한 뒤 다른 작물을 심으면 무조건 잘된다. 겨울엔 콩밭에 밀, 보리를 심어 이모작할 수 있다. 쌀 과잉 생산이 문제인데 논에서 콩을 키우고 전환보조금을 주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수매가도 콩이 쌀보다 훨씬 높다. 젊은층의 귀농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콩밭 근처에 두부체험농장 같은 걸 만들면 6차산업도 된다. 국민 건강, 농촌 공동화, 청년취업 문제 등이 일거에 해결된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 분석화학(글자 그대로 ‘모든 사물의 화학성분을 분석’하는 학문이다)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충남대에서 30년 가까이 가르쳤고, 이 대학 교수벤처기업인 한국분석기술연구소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대형마트 납품용 농수축산물 전수검사를 6년째, 친환경·유기농 농산물 분석을 10년째, 주요 병원 환자들의 머리카락 분석을 10년째 수행하며 엄청난 양과 질의 데이터를 축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연한 이론과 방향성을 제시하기에 의료계나 식품학계에서도 ‘이단 시비’를 걸지 않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 교수 스스로는 자신의 건강 수칙을 얼마나 잘 지키며 살고 있을까. 기대한 만큼의 효험은 봤을까.

“나도 힘겨운 젊은 시절을 보낸 대한민국 기성세대다. 성공해 보겠다며 무리하게 살았다. 육체적으로 약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8년째 태초먹거리 활동을 하면서 더 나빠지지 않았다는 데 큰 의미를 둔다. 내 건강법을 100%까지는 아니어도 웬만하면 지키려 노력한다. 과거처럼 살았으면 벌써 심각한 문제가 불거졌을 것이다. 요즘 어딜 가도 날 60대 중반으론 안 보더라, 하하.”
 


▼남북 합작 ‘그린 프로젝트’ 제안▼

“비옥한 DMZ에 콩 경작깵 北아이들 영양 회복에 최고”


콩은 발효해서 섭취하면 유효성분이 장에 더 잘 흡수된다. 된장과 청국장이 몸에 좋은 건 그래서다. 문제는 발효와 부패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 유익균은 발효하지만 유해균은 부패한다. 우리에게서 청국장 발효 기술을 배워 간 일본은 발효 유익균만 뽑아내 낫토를 개발하고 품질과 제조공정을 표준화했다. 요즘 유럽의 특급호텔 조식 메뉴엔 낫토가 건강식으로 당당하게 자리한다.

청국장은 사정이 다르다.

이계호 교수가 전국의 된장, 청국장 명가들을 취재한 결과 명확한 제조공정 근거자료를 갖춘 곳이 없었다고 한다. 대개 ‘3대째 내려오는 전통의 손맛’처럼 감성적으로 접근했다. 표준화가 안 돼 발효와 부패의 기준도 없다. 생선의 부패 기준으로 삼는 게 ‘바이오제닉 아민’이라는 유해물질 함량인데, 시중의 청국장 제품 중 상당수는 이 물질이 생선의 부패 기준 이상으로 들어 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전북 순창군 등과 함께 청국장 균주와 제조공정을 표준화해 유해물질을 최소화하고 유익물질을 최대화한 다양한 장 건강기능식품 개발에 나섰다. 전통 청국장 미생물인 고초균을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로 등재하고 비만, 장 기능 개선, 면역 증강 등에 특화된 청국장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 미래창조과학부는 ‘한국형 장건강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사업에 5년간 50억 원을 지원한다.

이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농사짓기 좋은 땅이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다. 60년 넘게 사람 손이 안 닿아 콩 농사에도 최적지”라며 ‘그린 프로젝트’도 제안했다.

“지뢰를 제거하며 밭을 일구고 북한의 인력을 활용해 농사를 짓자. 쌀농사에 급급한 북한은 콩을 재배할 만한 넓은 땅이 없으니 마다할 까닭이 없다. 더욱이 북한 어린이들에게 콩을 먹이는 것은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영양상태를 끌어올릴 방법이다. 시범적으로 DMZ 일부에 ‘그린 존’을 만들어 시행해봄 직하다.”

이형삼 전문기자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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