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상회담서 한미 FTA 재협상 제기한 트럼프 대통령

동아일보

입력 2017-07-01 00:00 수정 2017-07-01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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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워싱턴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 포괄적 접근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 가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해선 “미국은 많은 국가들과 무역 적자를 보고 있고 우리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며 “한국과 재협상을 바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으로 가는 전세기에서 “지금의 한미 FTA는 양국 간 이익 균형이 잘 맞춰져 있다”고 했지만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 삼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FTA의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아직 임명되지 않은 상태여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수용할 수 없고 끔찍한 한미 FTA는 조만간 재협상하거나 폐기하겠다”고 예고했었다. 한미가 어제 공동성명 문구 조율에 진통을 겪은 것도 이 같은 이견이 적지 않았기 때문인 듯하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가 환영 만찬이 끝난 뒤 “양국 정상 간의 대화는 시종 솔직하고 진지하게 이뤄졌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현안들이 건설적으로 논의가 됐다”고 한 것도 두 정상 간에 이견이 적지 않았음을 시사한 외교적 수사다. 안보 문제에선 한국과 공동보조를 취하면서도 자국의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이번 방미에서 문 대통령은 미국보다 중국이나 북한에 기운 듯한 새 정부 기조에 대해 미국 조야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미 의회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사드 배치를 번복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고 했고,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서도 “지금은 쉽게 할 수 없다.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못 박았다.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한국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이식시킨 나라는 미국”이라며 “한국의 성공은 미국의 보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 정권과 별 차이가 없는 대미·대북 인식이다. 대선 후보 시절엔 진보진영의 표를 의식한 공약을 했더라도 국가 명운을 책임지는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내외 여건을 직시하고 국익을 위해 현실적인 정책 노선을 걷는 것이 합당하다.

미국은 문 대통령의 방미 중인 지난달 29일 중국 단둥은행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기업의 금융 거래를 도운 혐의로 ‘자금세탁 우려 기관’에 지정했다.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취했던 제재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은 중국이 북핵 해결에 더욱 팔 걷고 나서라는 강력한 압박이다. 미국이 중국의 반발에 따른 대중관계 악화 부담도 마다하지 않는 판에 문 대통령이 북과의 교류·협력, 대화 재개에 과욕을 부린다면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한미가 군사안보 동맹을 넘어 ‘포괄적 전략 동맹이자 위대한 동맹으로 도약’하는 것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려면 한미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가치와 신념을 공유하며 동맹관계가 양국의 정권 교체에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긴밀히 소통해야 하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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