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새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르는 ‘소송펀드’

동아일보

입력 2017-06-30 03:00 수정 2017-06-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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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른바 ‘소송펀드’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각광을 받고 있다. 소송펀드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의 법률비용을 대주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투자자들은 재판에서 승소하거나 합의를 통해 발생하는 막대한 규모의 손해배상금을 통해 이윤을 획득한다. 미국 소송펀드 업계 1위 업체인 버퍼드캐피털(Burford Capital)의 경우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데, 시가총액이 15억 파운드(약 2조1400억 원)에 이른다.

소송펀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될까? 먼저, 소송 케이스가 있어야 한다. 통상 로펌 또는 기업의 사내 법무팀을 통해 소송 케이스를 확보한다. 다음 단계는 소송 케이스의 분석과 이를 기반으로 한 투자 계약이다. 소송비용 투자금은 얼마로 정해야 할지, 승소나 합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승소할 경우 피고로부터 배상금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 등에 대한 전략을 마련한다. 다음 단계는 소송의 개시 및 이와 관련한 절차다. 대부분 소송까지 가지 않고 당사자 간 합의로 케이스가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 단계는 손해배상금 및 합의금의 결정과 분배다.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면 법원 승인에 따라, 합의를 못 하면 법원·중재재판소의 결정에 의해 각각 금액이 정해진다.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 입장에서 소송펀드를 활용하면 소송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자금 여력이 부족한 기업, 혹은 정부나 금융기관 등을 상대로 대규모 소송을 진행하는 기업에 도움이 된다. 그런가 하면 투자자들은 저금리 시대 분산 투자를 위한 투자처로 소송펀드를 이용할 수 있다.

소송펀드가 금융투자업계의 주류로 떠오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국내의 경우 소송펀드의 활용은 법적으로 불가하다. 그러나 내수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경쟁하는 기업들이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를 관할권으로 하는 소송이나 제3국에서의 국제 중재 빈도가 늘어날 것이다. 이런 시장 환경에서 소송에 대한 추가적인 금융 옵션은 기업들에 보다 넓은 재무적 유연성을 제공해준다. 한국 기업들도 소송펀드의 활용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다.

이창원 노스웨스턴대 MBA & JD p-lee2015@kellogg.northwestern.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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