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속고발권 단계적 폐지”

천호성 기자 , 황형준 기자

입력 2017-06-21 03:00 수정 2017-10-1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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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위, 공정위와 간담회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시에 전면적으로 폐지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있어 공정위 내에 전담 태스크포스(TF)를 두고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전속고발권 폐지’ 작업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고발권을 어느 기관에 어느 수준까지 확대할지를 두고 주요 기관은 물론 재계, 노동계, 시민단체 등의 의견도 엇갈리는 데다 구체적인 합의점을 찾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폐지’로 가닥 잡힌 전속고발제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20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김상조 공정위원장 등 공정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전속고발권제 폐지 등 공정거래법 집행 체계의 합리적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사건의 고발 권한을 공정위만 행사할 수 있게 규정한 제도다. 문 대통령은 공정위가 대기업 사건에 고발권을 소극적으로 행사하고 있다며 공정위가 독점한 고발권을 다른 기관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박 대변인은 “공정위가 고발권을 독점함으로써 피해자 구제가 미흡하단 지적을 받아왔다”며 이날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공정위 경쟁정책국 직원 등으로 구성된 ‘법 집행체제 개선 TF’가 전속고발제의 구체적인 대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변인은 “공정위 내·외부 전문가와 관계 부처, 소비자단체 등 이해관계자를 포함해서 이달 안에 TF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이날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와 기술 편취, 납품단가 후려치기 차단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현재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상장사 기준)인 기업에 적용되는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지분 20% 이상인 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 “부작용 클 것” 세부 방안 마련에는 ‘험로’

이날 밝힌 내용은 기존 문 대통령의 공약에서 한발 더 나아가지 않았다. 전속고발권 폐지의 핵심은 누구에게 어느 수준으로 고발권을 부여할지에 있는데 국정기획위와 공정위 모두 이에 대해 뚜렷한 생각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 안팎에서는 공정위가 전속고발권 폐지로 자신들만의 독점 권한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해 강한 반대를 표명했고, 이것이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그동안 공정위는 “기업에 대한 고소·고발이 남발될 것”이라며 전속고발제 폐지에 반대했다. 공정위의 한 직원은 “지자체가 공정위에 특정 기업에 대한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반드시 검찰에 고발해야 하는 ‘의무고발 요청제도’가 시행되고 있어 전속고발제는 지금도 사실상 폐지된 상태”라며 현 제도를 건드릴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김상조 위원장 역시 임명 이후 줄곧 “형사·민사·행정 규율을 종합적으로 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사인의 금지청구권’ 등을 도입하는 게 전속고발제 완전 폐지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사인의 금지청구권은 기업이 다른 기업의 불공정 행위로 피해를 입었을 때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행위 중단을 청구하도록 하는 제도다.

반면 일부 여당 의원은 “김상조 위원장의 재벌 개혁 의지가 약해졌다”며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공약 원안을 지킬 것을 촉구해 왔다.

세종=천호성 thousand@donga.com / 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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