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신세돈]일자리 100일 계획과 新경제 100일 계획

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17-06-09 03:00 수정 2017-06-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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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전 YS정부 100일 계획… 5년 로드맵까지 이름도 비슷
‘신경제’ 요란한 선전에도 결과는 한국경제 참담한 침몰
현재-과거 단순비교 어렵지만 홍보 앞세우고 비판 차단하면 결과는 뻔할 수 있다


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대통령 업무지시 제1호로 설치된 일자리위원회가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했다. 모든 국정체계는 일자리 중심으로 가다듬되 단기 대책은 100일 계획에서, 중장기 계획은 5년 로드맵에서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용섭 부위원장이 밝힌 100일 계획의 핵심은 여러 꼭지로 돼 있다. 첫째는 모든 정부 정책과 예산 집행이 고용에 얼마만큼 기여하는지 더욱 엄밀하게 따져보겠다는 고용영향평가제도 강화다. 둘째로는 고용창출 민간기업에 더 많은 세제상의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고용 인센티브 제공이다. 이 밖에도 민간부문의 틀과 체질을 일자리 중심 구조로 전환한다든가, 중소벤처기업부와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100일 계획의 압권은 금년 중 1만2000명 충원을 포함해 앞으로 5년간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1993년 김영삼 정부도 비슷한 100일 계획과 5년 로드맵을 내놓은 적이 있다. ‘신경제 100일 계획’이라는 이름의 단기 대책은 경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금리인하(당시 한국은행은 정책금융 금리를 6%에서 5%로 1%포인트 인하했다)와 물가 압력을 잡기 위한 생필품 가격 통제, 공무원 봉급 동결이 핵심 내용이었다. 이어서 중장기 ‘신경제 5개년 계획’을 내놓았는데 금융·부동산 실명제를 포함하는 4대 부문(재정·금융·행정규제·경제의식) 개혁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투 트랙으로 설정했다.

김영삼 정부의 키워드는 ‘신(新)경제’였다. 당시 박재윤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신경제를 국민의 참여와 창의를 경제발전의 바탕으로 하는 ‘온 국민이 함께하는 경제’로 정의했다. 김영삼 정부의 신경제 신드롬에서는 몇 가지 재미있는 현상이 포착된다.

첫째, 서두르듯 발표한 100일 계획에서 정작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항목은 대부분 뒤로 미뤘다. 추진할 정책의 대강의 방향 혹은 추상적인 얼개만 설정해 놓고서 세세한 핵심 정책은 나중에 정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활성화 대책부문’을 보면 “형식적으로 추진되어 온 중소기업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으로 돼 있고 ‘새로운 농정추진 및 조기추진과제’도 세부 내용은 모두 나중에 확정하는 것으로 미뤄두었다. 이런 꽹과리가 울리는 정도의 것을 ‘당장 무엇인가 할 내용을 담은 100일 계획’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둘째, 이런 일을 추진하기 위해 민관 합동의 신경제계획위원회를 구성했다. 셋째, 정부 여러 부처의 요란한 중간성과 보고대회 및 언론과 학계, 국책연구기관의 ‘실시간 홍보성 화답’이 뒤따랐다. 여당은 신경제 관련 정책 대토론회를 개최했고 관료들은 틀에 박힌 장밋빛 성과를 자랑했다. “정부가 신경제 100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만으로도 경제 마인드가 살아나 실물투자와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어느 관료의 아부성 발언에는 지금도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재계마저도 적극 호응하는 시늉을 보내야만 했다.

넷째, 100일 계획이 끝날 즈음 대통령의 ‘성대한 5개년 계획 선포식’이 뒤따랐다. 그것을 김영삼 대통령은 자신의 경제 비전으로 포장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주재하는 신경제추진회의를 매월 개최하고 때로 민관합동회의를 성대하게 열어 국민의 주목과 지지를 끌어내려고 했다.

화려하고 현란한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김영삼 정부의 신경제계획 아래 한국 경제는 결딴났다. 90%에 육박하던 초기 대통령 지지율은 4년도 안 돼 10%대로 떨어졌다.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전격 실시, 지방자치제 도입, 전직 대통령 단죄 등 정치적 개혁 실적에도 불구하고 섣부른 환율정책 및 개방정책으로 경상수지 적자는 폭증하고 단기 외채가 급증하였으며 한국 경제는 침몰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김영삼 정부의 신경제정책과 같은지, 다른지 분별할 수는 없다. 위원회 구성이라든지 100일 계획, 혹은 5개년 계획과 같은 다소 구태적인 형식을 택한 점이 비슷해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일자리 5년 로드맵의 내용이 나오지 않았고 그런 대책들이 어떻게 추진되는지 챙겨볼 수 없는 현재 상황에서 서로를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신경제계획에서처럼 꼼꼼한 앞뒤 계산 없이 정책과 계획을 서둘러 발표하고, 성대한 선포식으로 포장하며 현란한 중간성과 보고대회나 정책 홍보만을 앞세우면서 이런저런 비판에는 재갈을 물리려 한다면 그 결과는 보나 마나 빤할 것이다.
 
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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