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떼춤’ 중독 주의보

양형모 기자

입력 2017-06-09 05:45 수정 2017-06-0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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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와 관객이 떼춤을 추며 노래하는 ‘타임 워프’ 장면. 록키 호러쇼는 몸과 마음을 어느 정도 풀어놔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컬트 뮤지컬이다.사진제공 ㅣ 알앤디웍스

■ 기괴하고도 사랑스러운 B급 감성 뮤지컬 ‘록키호러쇼’

어디서도 못 본 황당무계한 스토리
역사상 가장 완벽한 컬트 작품 찬사
간판넘버 ‘타임워프’는 떼춤이 제맛

‘어느 행성에서도 본 적 없는 범우주적 판타지 뮤지컬’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비록 다른 행성에서 살아본 적은 없지만, 작품을 보고나면 수긍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작품을 만든 사람은 셋 중 하나일 것이다. 미쳤거나, 만취했거나, 아니면 다른 행성에서 왔거나.

록키호러쇼가 돌아왔다. 2009년이 마지막이었으니 7년 만이다. 젊은 날의 수전 서랜든이 등장하는 영화로 이 작품을 접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뮤지컬 원작의 영화판이라 하여 ‘픽쳐’를 덧붙였다.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면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에 랭크되어 있다.

록키호러쇼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초간단 줄거리를 소개한다.

결혼을 앞둔 브래드와 자넷은 고등학교 은사인 스캇박사를 찾아 가다가 한밤중에 폭풍우를 만나게 된다. 헤매다 다다른 곳은 기분 나쁘게 생긴 고성. 고성에 들어갔다가 괴기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인간들을 만나게 되고 급기야 코르셋에 망사스타킹, 가터벨트에 하이힐을 신은 프랑큰 퍼터(딱 봐도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짝퉁) 박사를 마주하게 된다. 양성애자 프랑큰 퍼터와 사랑에 빠지는 브래드와 자넷. 여기에 프랑큰 퍼터가 창조한 근육맨 록키 호러. 결국 이 모든 것은 외계인들의 소행으로 밝혀지는데.

딱 들어봐도 황당무계한 이 스토리는 ‘역사상 가장 완벽한 컬트 뮤지컬’이란 찬사를 44년이나 받아 왔다. 1973년 영국 런던의 60석짜리 ‘X딱지’ 만한 극장에서 막을 올릴 때까지만 해도 이 작품이 전 세계에 불고 올 컬트 바람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가장 놀란 사람은 아마도 록키 호러쇼를 탄생시킨 리처드 오브라이언이 아니었을까. 일설에 배우 오디션에서 탈락한 리처드 오브라이언이 홧김에 만든 뮤지컬이 록키 호러쇼라는 이야기도 있다. 리처드 오브라이언이 어떤 사람인지 보고 싶다면 영화를 보면 된다. 고성을 지키는 음울한 얼굴의 대머리 집사(리프 라프 역)가 바로 리처드 오브라이언이다.

머릿속에 그리고 갔던 것보다 록키 호러쇼는 훨씬 더 재미있었다. ‘맘 놓고 어눌했던’ 마이클 리(프랑큰 퍼터)의 우리말 대사. 리프 라프 역 고훈정의 목소리 톤은 ‘내 귀에 50초 녹인 버터’처럼 근사했다. 개그감을 덧장착한 임혜영 같았던 김다혜. “왜 이제야 봤지” 싶었던 전예지의 콜롬비아, 슬그머니 팬레터 한 장 놓고 싶게 만드는 리사의 마젠타.

무엇보다 록키 호러쇼는 관객도 배우다. 록키 호러쇼의 간판넘버 ‘타임 워프’는 배우와 관객이 함께 떼춤을 추며 불러야 제 맛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화면을 통해 떼춤 추는 법을 알려주니 눈여겨 봐둘 것.

확실히 록키 호러쇼는 간장게장 먹듯 봐야 하는 작품이다. 점잖 빼고 젓가락으로 깨작거리면 절대 못 먹는다. 손에 간장 묻혀가며 북북 뜯어 먹어야 먹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꿀팁 하나 더. 평소 길거리 홍보지 받는 데에 인색한 사람이라 해도 공연장(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입구에서 나누어 주는 신문지는 꼭 갖고 들어가자. 공연 중간에 비가 내린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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