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채파일] ‘성지순례’ 한류 팬에게 우리는 감동을 주는가

김재범 기자

입력 2017-06-08 05:45 수정 2017-06-08 05:4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지금은 여행레저 담당이지만, 예전 그 기간의 몇 배가 되는 시간을 연예기자로 있었던 이력 때문에 가끔 한류관광에 대한 조언 또는 문의를 받는다. 대개 외국 한류 팬을 데리고 갈만한 곳이나 그들이 즐길만한 것에 대한 질문이다.

아쉽게도 그동안 만족할만한 대답을 해준 적이 별로 없다. 명색이 전직 연예기자이자 현직 여행레저 담당임에도 추천해줄 곳이 딱히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답답해서 여행업계나 관련 기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도 “아, 거기…”하고 감탄할만한 추천을 받은 적도 거의 없다.

물론 서울 명동이나 강남에는 K-POP을 비롯한 한류 스타들의 이미지나 각종 상품(굿즈)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대형 기획사에서 직영하는 큰 점포도 있다. 지방에는 ‘태양의 후예’, ‘도깨비’ 같은 인기 드라마의 촬영지를 내세우는 지역도 있다.

그중 좋아했던 드라마나 음악의 감흥을 다시 느끼려 찾아온 한류 관광객에게 새로운 감동이나 재미를 선사하는 것은 아쉽게도 많지 않다. 대부분 얄팍한 상혼의 의미없는 기념품이거나 한류 팬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관심도 없는 대외과시적인 전시행정의 결과물들이다.

관광산업의 주요 동력으로 ‘한류’를 거론한지도 몇 년이 지났다. 그런데 한류 관광 콘텐츠에 대한 인식은 촬영용 임시시설인 세트장을 관광상품으로 자랑스레 내세우거나 서울 강남대로에 보기 민망한 싸이 손모양 조형물을 만드는 수준에서 나아가질 못한다.

우리는 팀 이름도 구분하기 힘든 여러 아이돌의 안무를 최신곡까지 달달 외고, 그 어렵다는 한국어 가사도 유창하게 발음하는 그들이 한국으로 ‘성지순례’를 왔을 때 과연 손잡고 어디로 가야 좋을까. 유튜브로만 즐기던 그들이 영상이 아닌 ‘레알’로 흥분과 열정을 즐기고 싶을 때 어디를 말해줘야 할까.

엘비스 프레슬리 팬이라면 생전에 꼭 한 번 가보기를 원하는 미국 멤피스 그레이스랜드나 영국 리버풀 비틀즈 투어 수준은 기대하질 않는다. ‘원피스’에 나오는 해적선 고잉메리호를 실물 크기로 재현해 만화와 애니 덕후들을 흥분케 하는 일본 정도의 정성이 아니어도 좋다. 비싼 비행기 요금과 숙박료를 내고 어렵게 찾아온 그들에게 감동은 못주더라도 최소한 실망은 주지 말자.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