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지뢰-유격전 등 중증외상 환자 돌보는 응급의료시스템 구축

황효진 기자

입력 2017-05-31 03:00 수정 2017-05-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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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건강한 미래를 위한 헬스케어 혁신가를 만나다<3> ‘메디테크’ 안드레스 루비아노

메이킹 모어 헬스 펠로우 안드레스 루비아노 박사가 콜롬비아 내 응급 구조 요원들에게 환자의 출혈 및 사지마비를 방지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 제공

세계 최대의 지뢰 매설 국가인 콜롬비아 출신의 안드레스 루비아노(Andres Rubiano) 박사는 지뢰 등으로 인해 심각한 중증외상을 입은 환자를 보다 신속하고 통합적으로 돌보기 위해 ‘메디테크(Meditech)’ 재단을 설립한 헬스케어 혁신가다. 그는 지뢰, 게릴라, 유격전 등으로 외상을 입은 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콜롬비아 환자들이 연간 15만 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해결할 응급 외상환자 통합시스템을 구축했다.

안드레스는 2012년 베링거인겔하임과 사단법인 아쇼카의 전 세계적인 사회공헌 캠페인 ‘메이킹 모어 헬스(Making More Health)’의 펠로우로 선정됐다. 메이킹 모어 헬스의 펠로우는 전 세계 헬스케어 혁신 사업가를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되며 장애, 응급질환, 희귀질환 등 다양한 헬스케어 영역에서 국제적 차원의 변화를 이끄는 활동을 펼친다.

안드레스가 펠로우로 선정 된 배경에는 콜롬비아의 응급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비영리재단인 ‘메디테크(Meditech)’ 설립이 절실했다. 메디테크는 콜롬비아 내의 병원, 응급시설, 의과대학, 공공기관이 하나의 팀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중증 외상환자가 발생할 경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메디테크의 통합 시스템은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콜롬비아 내 응급 외상으로 인한 환자 사망률은 약 5∼10% 줄어들었으며 지뢰 폭발 위험 등에 노출된 모든 국가에 적용돼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에 큰 변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메디테크의 탄생에는 콜롬비아의 특수한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콜롬비아는 마약 카르텔과 정치적 게릴라, 전국에 묻혀있는 지뢰로 수십 년 간 고통을 겪고 있으며 살인율과 모터 바이크 사고율이 높아 외상환자를 위한 국가적 시스템이 필수적인 국가이다. 실제 유엔마약범죄사무국(UNODC)의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콜롬비아의 피살률은 인구 10만 명 당 30.8명으로 전 세계 10위 안에 든다. 하지만 콜롬비아 정부는 외상으로 인한 부상사망자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병원 등의 의료기관은 응급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차조차 보유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의료진들은 응급 의학 분야를 과소평가해 전문 의료진이 부족하고 응급 외상환자들이 수술 경험이 없는 의사와 간호사에게 수술을 받다가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안드레스는 1998년 메디테크를 설립하고 공중 보건 및 의료 환경에서 필수적인 외상 치료에 대한 인식 제고에 나섰다. 먼저 외상 치료의 열악한 문제를 강조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외상 치료 센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콜롬비아 남부 작은 도시 네이바(Neiva)의 한 대학 병원에서 외상 사고율 및 사망률 통계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외상 환자를 돌보고 치료할 수 있는 여러 기관과 시설 파악도 진행했다. 더불어 콜롬비아 내에서 종종 응급 후송을 담당해온 적십자사와 협력 관계를 맺고 직원들에게 환자의 출혈과 사지마비를 막는 교육도 실시했다. 경찰 등 여러 법 집행 기관도 교육 과정에 참여 시켰다. 외상이 폭력 및 범죄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국가에서는 경찰이 환자를 병원에 안전하게 후송할 수 있도록 돕는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교육은 지속·확대돼 병원과 응급의료센터, 공공기관과 연계해서 콜롬비아와 라틴 아메리카의 다른 국가 및 미국에서 약 5천여 명의 다양한 응급 의료 전문가인 ‘키 액터(Key actor)’를 훈련·배출했다. 또 병원 관계자와 협력해 응급 외상환자의 대기 시간을 줄이는 등 응급 처치 대응체계를 도입했다.

안드레스 루비아노는 전 세계 ‘메이킹 모어 헬스’ 네트워크에 속해서 각 분야의 리더, 투자자, 혁신기업가 등과의 교류를 통해 더 큰 파급력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제공 받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과의 협력을 통해 사업 영역에 대한 확장 및 자문을 얻고 있다. 보다 상세한 내용은 ‘메이킹 모어 헬스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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