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획사 아이돌 약점, 힙합-SNS로 뚫었다

장윤정기자

입력 2017-05-22 03:00 수정 2017-05-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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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성공 비결

기존의 아이돌 성공 공식과는 다른 문법으로 케이팝의 선두 주자 중 하나가 된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2014년 첫 단독 콘서트를 열고 1위 후보에 오르기도 했지만 대세 아이돌이라기보다는 ‘기대주’의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천천히 내공을 쌓으며 팬덤을 키우더니 결국 날아올랐다. 올해 발표한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유 네버 워크 얼론(You never walk alone)’은 전 세계 대중음악의 흐름을 보여주는 빌보드 200 차트에서 6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번 빌보드 200 차트 진입으로 방탄소년단은 2015년 12월 ‘화양연화 pt.2’, 2016년 ‘화양연화 영포에버’, ‘윙스’에 이어 4연속 빌보드 200 차트 진입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 힙합음악으로 한국·해외 동시 공략

방탄소년단은 SM, YG, JYP 등 소위 국내 엔터테인먼트 ‘빅3’가 아닌 중소 기획사(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이다. 소속사의 든든한 후광 없이도 방탄소년단이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데에는 초기부터 한국과 해외를 동시에 공략한 전략이 주효했다.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그해 12월 곧바로 일본에서 첫 번째 쇼 케이스를 열며 해외 시장에 얼굴을 알렸다. 이후 2년간 싱가포르, 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이고 미국, 호주, 멕시코, 칠레 등 북미, 유럽, 남미 국가들로 활동 범위를 넓혀갔다. 특히 독일, 스웨덴, 브라질에선 2014년부터 팬 미팅을 개최했을 정도로 현지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이 일기 시작하자 국내 팬덤도 자연스레 확산됐다. “방탄소년단이 도대체 누구인데 이렇게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것이냐”는 호기심에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접하게 된 이들이 새롭게 팬으로 유입됐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프로모션도 벌이지 않은 방탄소년단이 이처럼 해외 팬들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힙합’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대중음악평론가이자 ‘아이돌로지’ 편집장인 미묘는 “딱 들으면 K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여타 아이돌 음악과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달랐다”며 “K팝이라는 제한된 장르의 색채를 걷어내고 글로벌 시장 트렌드에 맞는 음악을 구현해낸 덕택에 해외 팬들도 거부감 없이 쉽게 수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10, 20대 청춘들의 고민 노래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논하는 데 있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도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히트 곡을 양산한 그가 직접 트레이닝한 방탄소년단의 연습생 생활은 다른 아이돌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통상 국내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은 온종일 ‘칼 군무’에 목숨을 걸며 ‘주어진’ 곡을 소화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방 대표가 방탄소년단에 내린 주문은 “너희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였다. 이에 따라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일상생활에서 소재를 찾아 노래로 만드는 과제를 해결하며 연습생 시절을 보냈다. 그 결과 멤버 전원이 작곡 및 작사가 가능한 그룹이 됐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데뷔 이래 줄곧 앨범 창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풀어내고 있다. 예컨대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에서는 ‘네 꿈은 뭐니’, ‘삶의 주어가 되어 봐’ 같은 가사로 10대들에게 있어 ‘꿈의 의미’에 대한 그들만의 생각을 담아냈다. 10, 20대로서의 고민과 혼란스러운 청춘을 대변하는 듯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가사는 자연스레 팬들로부터 공감과 동질감을 자아냈다. 현실과 동떨어진 ‘사랑 타령’이 아니라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막막한 청춘들의 고민과 꿈을 진솔하게 풀어놓은 덕택이다.


○ SNS로 팬들과 실시간 소통

방탄소년단은 또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꾸준히 팬들과 소통하며 이들이 즐길 만한 놀 거리와 볼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의 열성 팬들은 자신들의 ‘입덕’(‘덕후’가 된다는 뜻) 계기로 멤버들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떡밥’을 꼽는다. 즉, 낚시꾼이 물고기를 유혹하는 미끼를 던지듯 팬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제공하며 팬을 유인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유튜브와 트위터 등을 통해 해외 활동 중이거나 활동을 쉴 때도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했다. 부지런한 스타 덕분에 방탄소년단 팬들은 심심할 틈이 없었다. 이들은 영상을 복습하고, 또 재가공해 2차 편집영상을 생산하며 ‘덕후질’을 이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팬덤의 결속력은 더 강해져갔다.

과거의 아이돌은 신비로운 우상이었다. 하지만 2017년의 아이돌은 우상이라기보다는 언제든 만나러 갈 수 있는, 나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네주는 친구여야 한다. 그리고 그런 친근한 모습이 얼마나 자주 노출되는지가 그들의 팬덤 규모를 좌우한다. 방탄소년단은 이를 가장 잘 이해하는 아이돌이었다.

한국 아이돌 시장에서 빅3 체제는 좀처럼 깨지질 않고 있다. 메이저 기획사에서 육성한 아이돌의 경우 데뷔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방송 출연 기회도 쉽게 잡을 수 있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그런 혜택은 누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대신 그들은 노력해서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왔다. 수많은 아이돌이 데뷔해 반짝 인기를 얻고 사라지는 가운데 꾸준히 성장해 온 방탄소년단. 팬들은 이들의 ‘성장 스토리’에 감동과 흐뭇함을 표시하고 있으며, 이 성장 스토리의 매력은 새로운 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기사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23호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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