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 “나도 일어섰다… 미완의 사업 본궤도에”

곽도영기자

입력 2017-05-18 03:00 수정 2017-05-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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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경영 복귀… 사내 행사 참석
이재현 회장 “자리비워 가슴 아파… 18일부터 다시 경영에 정진”
2020년까지 36조원 투자, 2030년 3개이상 사업 세계 1등
콘텐츠-바이오 등 새 비전 제시


《 이재현 CJ그룹 회장(57)이 4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휠체어에서 일어난 이 회장은 당초 그룹의 청사진이던 ‘2020년 그레이트 CJ’를 넘어 ‘2030년 월드 베스트 CJ’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이 회장은 17일 경기 수원시 CJ제일제당 연구개발(R&D)센터 ‘CJ블로썸파크’ 개관식과 사내 시상 행사인 ‘온리원 콘퍼런스’를 주관하며 복귀를 공식화했다. 2013년 조세포탈 및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되고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 복권된 이후 첫 공식 일정이다. 》


휠체어서 일어나 임직원 환호에 화답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7일 경기 수원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 참석해 기념식수를 한 뒤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미완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 이 회장, 부인 김희재 씨, 이채욱 CJ주식회사 대표. 수원=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CJ 관계자는 “복귀 행사 장소를 이곳으로 정할 만큼 이 회장이 R&D 투자를 가장 중시하며 직접 챙겨왔다”고 말했다. 2005년 이후 이 회장 주재로 매년 이어진 온리원 콘퍼런스는 2013년 이후론 처음 열렸다.

이날 오전 회색 정장 차림으로 휠체어를 타고 야외 행사장에 등장한 이 회장은 경호원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 기념식수를 했다. 이 회장 옆에는 부인 김희재 씨(57)와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63),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65·부회장), 이채욱 CJ주식회사 대표(71·부회장)와 사원 대표 2명이 함께했다.

이 회장은 가느다란 손가락이 굽어 있었고 식수하려고 삽을 들 때도 옆에 있던 김철하 대표의 손을 빌렸지만 표정은 환했다. 사면 복권 당시 유전성 희귀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CMT)가 악화돼 숟가락질도 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던 것에 비해 건강은 많이 호전돼 보였다. 임직원 300여 명의 환호에 이 회장은 웃으며 손을 들고 화답했다.

이 회장은 이날 “걱정해주신 덕분에 많이 회복해 여러분 앞에 섰다. 정말 고맙다. 중대한 시점에 자리를 비워 가슴 아프고 깊은 책임을 느낀다”고 복귀 소회를 밝혔다. 이어 “오늘부터 다시 경영에 정진하겠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미완의 사업들을 본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는 장녀 이경후 CJ그룹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팅팀장(32·상무 대우) 부부와 장남 이선호 CJ그룹 전략실 부장(27)도 참석했다.

이 회장은 CJ그룹의 기존 목표였던 2020년 매출 100조 원 달성을 넘어서 2030년까지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5조 원 규모의 투자를 비롯해 2020년까지 물류·바이오·문화콘텐츠 부문 인수합병(M&A) 등 총 36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CJ그룹은 이미 2010년에 그레이트 CJ 비전을 발표했지만 이후 이 회장의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연 매출은 31조 원, 해외 매출 비중은 30% 이하에 그쳤다. 연간 투자 집행도 1조∼2조 원대에 머물렀다. 2014년 이후 시도했던 코웨이와 대우로지스틱스, 티몬, 맥도날드, 동양매직 등에 대한 M&A도 중도 포기하거나 탈락했다.

이 회장의 복귀로 CJ그룹은 해외 매출 비중 70% 목표 달성과 국내외 M&A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투자가 집중될 곳으로는 글로벌 바이오·물류·멀티플렉스 부문 등이 꼽힌다. CJ그룹이 지난해와 올해 인수한 하이더(중국 기능성아미노산 기업), 마르스엔터(터키 멀티플렉스 기업), 센추리로지스틱스(말레이시아 물류 기업), 민닷푸드(베트남 식품 기업) 등은 모두 외국 회사다.

주요 계열사별 현안으로는 △CJ제일제당의 동남아 거점 등 해외 투자 △CJ헬스케어 R&D 확대 △CJ대한통운의 미주지역 M&A 확대 △CJ E&M 조인트벤처를 통한 글로벌 사업 등이 꼽힌다. 이 회장은 “기존 산업이 쇠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 지금, CJ의 콘텐츠·생활문화서비스·물류·식품·바이오 사업군은 국가 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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