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기술로 짓는 엔비디아 신사옥

김재희기자

입력 2017-05-10 03:00 수정 2017-05-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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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 완공 美건축현장 가보니
실제와 가장 흡사한 빛 반사값 계산… 건물안 구석구석 자연광


엔비디아가 개발한 소프트웨어(SW) ‘엔비디아 아이레이’를 통해 가상현실(VR)에서 구현한 엔비디아 신사옥의 완공 후 내부 모습(위쪽 사진). 아이레이는 사물별로 각기 다른 빛의 반사값을 계산해 실제로 사물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실시간으로 VR에서 구현해낸다. 신사옥 지붕에는 삼각형으로 뚫린 구멍들이 유리로 덮여 있는데, 이 구멍을 통해 빛이 들어온다(아래쪽 사진). 엔비디아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타클래라의 실리콘밸리에서는 가상현실(VR) 기술을 건축물 설계에 이용한 사상 최대 크기의 건물이 올해 11월 완공을 목표로 지어지고 있다. 납작한 삼각형으로 50만 제곱피트(약 1만4052평)의 건물 속은 단 두 개의 층으로 이뤄져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엘리베이터가 보이는 일반 건물과 달리 이 건물 안의 엘리베이터는 건물 구석에 숨어 있다. 그 대신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이 10개 넘게 설치돼 있다. 내부는 조명 없이도 환하다. 건물 지붕에 뚫린 작은 삼각형들과 유리벽을 통해 들어오는 빛 덕분이다.

8일(현지 시간) 샌타클래라에서 본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 엔비디아의 신사옥 건축 현장이다. 엔비디아는 2010년부터 신사옥 디자인을 시작해 올해 11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2010년 신사옥 디자인을 시작한 엔비디아는 사옥 건축에 3억7000만 달러(약 4182억 원)를 투입했다.

이 건물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건물 내외부의 완성된 모습을 VR 기술을 이용해 현실에 가깝게 재현하면서 건설 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사물별로 다른 빛의 반사 정도를 정교하게 계산해 현실과 가장 가까운 모습을 구현해내는 소프트웨어(SW) ‘엔비디아 아이레이’가 활용됐다.

아이레이를 도입한 데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이사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건축물 설계 단계에서 확인하는 렌더링 이미지와, 실제 건축물의 차이가 너무나 커 실망한 적이 있던 황 대표는 “건축 과정에서부터 건물이 완공된 모습을 실제와 가장 똑같이 구현해 이 같은 실수가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렌더링이란 2차원(2D) 화상에서 광원, 위치, 색상 등 외부 정보를 합쳐 3차원(3D) 화상을 만드는 기술이다. 아이레이를 통해 렌더링을 하면 건물 설계도와 특정 물체들의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완공된 건물과 가장 가까운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존 오브라이언 엔비디아 신사옥 부동산 부문 부사장은 “기존의 렌더링 기술은 색의 강도만을 조정해 건축물이 어떤 인상을 주는지를 담은 이미지에 불과했다”며 “아이레이는 건축물이 반사하는 빛의 값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건축물이 어떻게 보이는지뿐만 아니라 건물 안에 있을 때 어떻게 느껴지는지도 구현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빛과 사물의 상호작용을 계산해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한 건물’을 짓고 있다. 신사옥의 지붕에 뚫린 삼각형의 구멍들을 통해 빛이 건물 안으로 들어온다.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업무 공간을 다르게 배치한 것이다. 사람들이 특정 업무 공간에서 어떤 빛의 상태를 원하는지도 고려했다.

엔비디아 신사옥 건축을 담당한 글로벌 건축회사 젠슬러의 하오 코 디자인 디렉터는 “사람이 많이 모여 협업을 하는 공간이나,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공간에서는 다른 공간보다 더 따뜻하기를 바란다. 이에 따라 빛이 잘 들어오는 곳에 이러한 공간들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건물의 또 다른 특징은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이 지상 단 두 개 층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황 대표가 신사옥을 지을 때 가장 강조한 것은 ‘세렌디피티(serendipity)’다. 한국어로는 ‘뜻밖의 재미’다. 직원들이 회사 안에서 우연히 마주치며 일어나는 소통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위해 탁 트인 넓은 공간과 최소한의 층으로 건물을 지었다. 층간 이동도 어디서나 빠르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계단을 10개 이상 설치했다.

오브라이언 부사장은 “직원들이 한 공간에 있으면 하루에 우연히 마주칠 가능성은 95%가 넘는다. 신사옥은 직원들이 한곳에 만나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어우러지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샌타클래라=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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