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성의 오늘과 내일]일자리 SOC 사업 팽개친 대선

황재성 경제부장

입력 2017-05-03 03:00 수정 2017-05-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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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성 경제부장
“이쯤 되면 SOC(사회간접자본)를 SOC라고 부르면 안 되는 거겠죠.” 최근 열린 ‘대선 후보 건설·주택 분야 공약 점검 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한 전문가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건설 관련 연구기관, 전문가집단 등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각 후보 진영에 SOC 투자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필요한 사업 등을 담은 두툼한 보고서들을 전달했지만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는 푸념도 곁들였다.

실제로 19대 대선에 나선 유력 후보들은 한목소리로 공공임대주택 확충 등 주거 복지에 집중하면서 이슈가 될 만한 대형 SOC 개발 공약은 내놓지 않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대다수 후보가 SOC 등 인프라 투자에 대한 우선순위를 낮게 책정했다. 또 이들이 내놓은 SOC 공약도 신규 사업보다는 대부분 기존에 검토 중이거나 지연되고 있는 사업 위주였고, 구체성이나 실현 가능성도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 28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개최한 2차 TV토론(경제 분야)에서 건설·부동산 분야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건설업 홀대론’이 나오는 이유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집권한 정부는 선거 때 굵직한 건설·부동산 관련 공약을 앞세워 표심을 자극했다. 노태우 정부는 주택 200만 채(5개 신도시) 건설, 김영삼 정부는 규제 완화를 앞세운 준농림지 해제, 김대중 정부는 개인 재산권 보호를 명분으로 하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각각 내걸었다. 노무현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4대강) 건설을 각각 공약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시장 부양을 앞세워 대선을 치렀다. 이런 공약들은 모두 뜨거운 찬반 논란을 일으켰지만 해당 후보들이 대권의 꿈을 실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전(生前)에 “수도 이전 공약으로 선거에서 재미를 봤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또 이런 공약들을 해당 정부가 실행하는 과정에서 국내 건설업의 수준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그 결과 현재 동남아시아나 중동 지역에 신도시나 고속철도를 수출할 정도의 내공도 생겼다.

이번 대선 후보들이 건설·부동산 관련 공약 개발에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장미 대선’으로 치러지는 특수 상황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12월에서 5월로 당겨지면서 충분한 사전 검토와 논의가 필요한 건설·부동산 관련 공약을 만들 시간이 부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일부 유력 후보가 SOC 사업 투자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유력 후보들은 천편일률적으로 건설 관련 통제나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건설업은 저성장의 늪에 빠질 우려에 처해 있는 한국 경제가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분야다. 지난 6년간 국민총생산에서 건설 투자가 차지한 비중은 15%나 된다. 산업별 취업자 수도 제조업,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특히 지역경제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게다가 국내 건설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최근 발간된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건설의 노동생산성은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이고, 조사 대상 41개 나라 가운데 19위에 머물렀다. 건설 기업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07년 6.4%에서 2015년 0.7%로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마중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현재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대대적인 SOC 투자를 통해 경제 재도약의 발판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일주일 뒤 들어설 새 정부가 이 점에 주목하길 바란다.
 
황재성 경제부장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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