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빈 작가 “장세출 같은 분이 대통령 됐으면…”

양형모 기자

입력 2017-04-28 05:45 수정 2017-04-28 05:4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목포 조폭 보스의 대통령 도전기를 다룬 만화 ‘롱리브더킹’의 임규빈 작가가 최근 출간된 단행본과 포즈를 취했다. ‘롱리브더킹’은 비현실적인 듯 현실적인 국내 정치소재, 코 앞으로 다가온 19대 대선과 맞물려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acm08@donga.com

■ 웹툰 ‘롱리브더킹’ 임규빈 작가

“조폭 보스가 대권에 도전하는 정치만화
장세출은 건달이지만 선하고 착한 인물
대통령의 중요한 덕목은 ‘측은지심’이죠”

‘황제여 만수무강하소서’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롱리브더킹(Long Live The King·서울문화사)’이란 만화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 영국 여왕을 찬양하는 ‘롱리브더퀸’이 귀에 좀 더 익숙할 것이고, 레인보우의 ‘롱리브록앤롤(1978)’을 떠올린다면 그대는 ‘록’ 좀 아는 사람이다. 요즘 이 만화가 화제다. 목포의 폭력조직 팔룡파의 젊은 보스가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정계에 뛰어들고 국회의원, 대구시장 출마를 거쳐 대권에까지 도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스토리가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롱리브더킹’을 그린 임규빈(38) 작가를 만났다. 임 작가는 스토리를 짜는 유경선(47) 작가와 팀을 이뤄 ‘버드나무 숲’이란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원래 인기작이었지만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그야말로 ‘핫’한 만화로 떴다.

“감사할 뿐이다. 2012년 일요신문에서 개최한 제1회 만화공모전에 응모했다가 대상을 받은 것이 이 ‘롱리브더킹’이다. 시즌1과 2를 마치고 1년 좀 넘게 쉬었다가 최근 시즌3의 연재를 시작했다.”


-각 시즌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시즌1은 목포 폭력조직 보스였던 장세출이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시즌2는 장세출이 당선이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를 포기하고 지역감정을 없애기 위해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굳이 대구를 택한 이유가 있나.

“우리 둘 다 대구다(웃음). 어차피 경상도로 할 거라면 가장 잘 알고 있는 우리 지역구로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반면 장세출은 목포 건달로 설정했다. 전라도냐 경상도냐 재다가 아무래도 목포출신이 이야깃거리가 많을 것 같았다. 영화 같은 데에서 열심히 참조를 했지만 만화 속 전라도 사투리가 어색하다는 지적을 좀 받았다.”


-국내에서 정치만화가 ‘롱리브더킹’만큼 성공한 사례는 없었던 것 같다. 생소한 정치분야의 만화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본격 정치만화라고 하기엔 좀 부끄럽다. 사실 장세출과 소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 배경을 정치로 한 것이지. 정치만화가 별로 없는 데다 독자들이 장세출 캐릭터를 많이 좋아해 주시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운도 좋았다.”


-한 남자의 정치적 성장기다. 그런데 굳이 장세출을 조직폭력배 두목으로 할 필요가 있었나.

“처음부터 조폭 캐릭터로 가자고 정했다. 장세출이 정계에 몸을 담는 이유는 3년을 따라다닌 소현이 ‘대통령이 되면 결혼해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건달이 대통령이 되는 이야기인데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이 만화 속 이야기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을 얘기하기 위해 주인공을 조폭으로 설정한 것이다. 회사원이라면 느낌이 많이 다르지 않나.”


-만화 속에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오두식 전 대통령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황태산 대통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정철민은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 소팔은 영화 대부의 말론 브랜도와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사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독자들이 그렇게 이해하더라. 그런 말을 듣고 다시 보니 정말 비슷한 것 같았다(웃음).”


-대선이 코앞이다. ‘롱리브더킹’ 작가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대통령상은 어떤 것인가.

“장세출이다. 조폭 보스지만 착하고 선한 인물이다.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국민을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이 꼭 대통령이 되셨으면 좋겠다.”


-‘롱리브더킹’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장세출이 국회에서의 불가피한 폭력사건에 연류돼 국회의원 제명 찬반투표 대상이 된다. 무기명 투표다. 장세출의 반대세력인 여당의 대표 남윤진이 고민을 하다 반대 버튼을 누르는 장면이다. 시즌2에 나온다.”


-장세출은 과연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건가.

“그건 지켜봐야 한다. 우리도 구상해 놓지 않았다. 유동적이며, 장담할 수 없다.”

임 작가는 “시국이 혼란스럽고 현실이 팍팍한 요즘 같은 시절에 독자들이 장세출 같은 캐릭터를 통해 위안을 얻으시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많이 삼겠다”고 약속했다. 신문에 연재된 ‘롱리브더킹’은 최근 시즌1(전5권)과 2(전9권)로 나뉘어 만화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대선을 앞두고 만화 속에서 우리들의 대통령을 미리 만나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