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감동경영]이번엔 ‘공예 한류’ 유럽에 알리다

밀라노=유원모 기자

입력 2017-04-24 03:00 수정 2017-04-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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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한국공예전 2.0’ 성황… 16명 작품 100여 점 선보여
6일간 18만여명 방문 인기… 한국 도자의 예술성 뛰어넘어
산업적 성공 가능성 보여줘


옛것을 본받아 새것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과 정중동(靜中動)은 9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 현지에서 열린 ‘한국공예전’ 주제이자 한국 전통 문화의 핵심 키워드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앞선 4년간의 한국공예전 성공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한국공예전 2.0’을 시작해 ‘공예 한류’의 첨병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밀라노=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익숙한 듯 낯설었다. 전통 도자기 형태에 옻칠과 나전이라는 파격적인 디자인이 합쳐졌다. 4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트리엔날레 전시장에서 선보인 도예가 이헌정 씨의 도자기가 그랬다. 이 씨는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와 영국의 유명 건축가 노먼 포스터 등이 그의 작품을 수집할 정도로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작가다. 그는 “공예나 도자기하면 언뜻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직관적으로 쉽게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고민했다”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 도자를 쉽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다양한 도자를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내 도자 분야 대표 작가 16명의 작품 100여 점이 9일까지 6일간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7: 한국도자의 정중동(靜中動)’이란 주제로 열린 한국공예전을 통해 선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이 주관한 이 행사는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올해부턴 한 가지 주제만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해당 영역의 ’마에스트로‘를 집중 조명해 한국의 공예 문화를 심도 깊게 알린다는 점에서 ‘밀라노 한국공예전 2.0’의 첫 번째 전시회였다. 내년에는 목, 칠, 나전 등의 작품, 2019년에는 섬유와 금속 관련 공예 작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유럽 현지에서 피어나는 ‘공예 한류’ 현장을 들여다봤다.


한국 미(美)의 정수 정중동

이번 공예전의 특징은 전통 공예의 상징 도자의 다양한 매력을 조명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도자는 작품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해외에서 덜 알려진 것이 사실이다. 작품 전시를 총괄한 조혜영 예술감독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 볼 수 없는 분청사기와 옹기 등을 전시해 한국 도자의 숨은 매력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라며 “정적인 백자부터 화려한 기술의 집약체인 청자까지 우리나라 전통 문화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크게 마에스트로 16명의 작품을 ‘정(靜), 중(中), 동(動)’이라는 세 가지 전시 공간에 맞춰 재구성했다. ‘정(靜)’은 전통적인 제작 기법을 계승하는 작가들이 만든 청자와 백자 작품들이 주로 배치됐다. ‘동(動)’에는 현대적인 표현 방식으로 재해석된 작품들을 전시해 대비되는 느낌을 줬다. 두 공간을 연결하는 공간인 ‘중(中)’은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진 옹기 작품들을 배치해 둘 사이의 긴장감을 해소하고, 균형과 조화를 이끌어냈다.

실제 전시장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향종 작가의 옹기(항아리)였다. 항아리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그리고 왕가부터 서민까지 모두에게 사랑 받아온 우리나라의 대표 도자다. 오 작가는 “음식을 담아내고, 이삿짐을 옮기기도 하는 등 일상에서 항상 애용된다는 점에서 옹기는 우리의 정서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모두 담고 있는 옹기야말로 우리의 문화를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도자”라고 말했다.

한국 전통 문화 기술의 현대적 계승을 보여준 작품도 여럿 있었다. 특히 ‘이중 투각’기법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청자 명장 김세용 명장의 청자에 대한 이탈리아 현지의 관심은 뜨거웠다. 이중 투각은 한 번 구운 도자기 위에 다시 화려한 무늬의 도자기를 덧씌우는 방식을 뜻한다. 화려한 예술성을 자랑하지만 0.1mm라도 어긋나면 균열이 생기는 등 까다로운 방식으로 정평이 나 있다. 김 명장은 “고려시대에 멈춘 청자가 아니라 2017년을 살아가는 우리 세대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21세기형 청자를 연구해 왔다. 도자라고 해서 전통의 답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을 끊임없이 연구해야만 계속해서 사랑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 호평 얻고, 공예 한류 가능성 커져

이탈리아 현지에서도 한국 공예전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올해 밀라노 트리엔날레에는 6일간 총 18만 명이 방문할 만큼 성공적이었다. 안드레아 칸첼라토 트리엔날레 디자인박물관장은 한국공예전 개막식에 참석해 “이탈리아 특유의 장인 문화와 한국의 장인 문화가 함께하는 놀라운 자리”라며 “한국과 이탈리아를 잇는 새로운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전문가들은 한국 도자기가 유럽에서 작품뿐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인기를 끌 수 있는 가능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로사나 구이다 이탈리아 브레라대 교수(공예평론가)는 “한국의 도자는 물과 불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재료를 가지고,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주고 있어 대륙을 초월하는 예술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며 “단지 예술적인 부분뿐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그릇 등은 이탈리아에서도 시민들이 매우 유용하게 평가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국 도자 공예의 산업적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올해 전시회부턴 유럽 현지 바이어들을 초대해 현지 수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자리도 가졌다. 전시회 기간 54곳의 유럽 현지 바이어들이 한국 공예 작품에 대한 구입 문의가 이어졌다.

이번 전시회를 주관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앞으로 공예 산업을 한류의 새로운 콘텐츠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최봉현 원장은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인 공예산업기본계획 등을 토대로 앞으로 공예가 단지 예술작품이 아닌 한류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며 “이번 밀라노 한국 공예전의 대성공은 그 첫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밀라노=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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