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군기지 지하수, 1급 발암물질 벤젠 기준치 162배 초과

김윤종기자

입력 2017-04-19 03:00 수정 2017-04-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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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대법 “공개” 판결따라 발표
“톨루엔-에틸벤젠 등도 초과검출”
2년전 조사 ‘동맹 고려’ 공개 않자 민변서 소송 걸어 최종 승소
환경부 “미국측과 조치 논의 계획”


미군 용산 기지 지하수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지하수 정화기준을 최대 162배 검출됐다. 이에 따라 오염 책임에 대한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2015년 5월 26∼29일 서울 용산구청 맞은편 주유소를 기준으로 반경 200m 이내 지하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 등이 지하수 정화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고 18일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 일대에 14곳의 지하수 관정(管井)을 통해 수질을 검사해 보니 7곳에서 1급 발암물질 벤젠이 지하수 정화기준(L당 0.015mg)을 최대 162배 초과해 검출됐다.

‘지하수 정화 기준’이란 손을 씻거나 빨래를 하는 등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이 기준을 넘으면 생활용수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기준치의 수십 배가 넘으면 인체에 크게 해로울 수 있다.

또 신경을 마비시키는 톨루엔은 기준치(L당 1mg)보다 최대 1.5배나 많게 검출됐다. 2급 발암물질 에틸벤젠은 기준치(L당 0.45mg)의 최대 2.6배, 크실렌도 기준치(L당 0.75mg)의 2.5배가 각각 검출됐다.

정부가 2015년 조사결과를 뒤늦게 공개한 이유는 대법원이 이날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 지하수 오염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확정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용산기지 오염물질 논란은 2001년 녹사평역 인근 기지 외곽에서 일어난 유류 유출 사고 이후 일대가 오염됐다는 지적이 대두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환경부는 서울시, 주한미군과 함께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2014년 11월 용산기지 내외부 지하수 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2015년 5월 첫 조사가 이뤄졌고 지난해 1∼2월과 8월 2차례 추가 조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그 결과를 정부가 공개하지 않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환경단체 등은 미군기지 반환 시 원상회복,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거로 삼기 위해 오염 분석 결과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환경부는 “부정적 여론으로 한미 동맹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는 미군 의견을 받아들여 공개하지 않았다.

공개된 자료가 부실해 정확한 오염 정도를 밝히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환경단체 녹색연합 신수연 평화생태팀장은 “2001년 사고 외에도 용산기지 내 주유소에서 여러 차례 유류 유출이 있어 꾸준히 일대가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환경부는 토양오염 등 보다 정밀히 조사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연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장은 “2001년 사고로 남은 오염물질이 검출된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오염원이 있어 오염물질이 나온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명확히 알기 어렵다”며 “추가로 더 분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현재 용산기지 내부조사 최종 결과보고서를 마련하기 위해 SOFA 환경분과위 실무급 한미 간 협의를 진행 중이다. 2, 3차 조사 내용까지 담은 최종 결과보고서가 완성되면 이를 토대로 대책 등을 미국 측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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