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어닉 ‘문재인’ 값 천정부지… 절판된 안철수 저서 8배 껑충

구특교기자

입력 2017-04-18 03:00 수정 2017-04-1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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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관련 기념품 열풍 조짐

17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대통령선거 후보 관련 책들이 별도 코너에 모아져 있다. 4월 들어 대선 후보 관련 도서의 판매량은 전월에 비해 260% 올랐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레어닉 ‘문재인’ 판매합니다.”

16일 한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에 올라온 글 제목이다. 한 회원이 유명 온라인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닉네임을 팔겠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닉네임이 바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이름과 같다는 것이다. 이 회원은 ‘레어닉(특별하고 희귀한 닉네임)’이라는 설명까지 붙이며 “구매를 희망하면 구입가격을 제시하라”고 요구까지 했다. 취재기자가 접속해 닉네임 최고 거래가격에 해당하는 20만 원을 제시했다. 그러자 판매자는 “더 높은 가격을 제시받았다.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본다”며 딱 잘라 거절했다.

대선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른바 ‘굿즈(goods)’ 수요가 늘고 있다. 굿즈는 특정 대상을 소재로 한 각종 기념품을 말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22년 전 지은 책 ‘컴퓨터 참 쉽네요!’도 최근 다시 화제다.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에서 10만 원에 거래됐기 때문이다. 출판 당시 가격(1만2000원)의 8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 책에서는 안 후보의 얼굴과 만화를 합성해 만든 여러 사진을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게임도 등장했다. 문 후보 캐릭터가 유권자를 만날 때마다 “여성이 안심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공약을 홍보하고 지지자를 늘려가는 방식이다.

정치 분야의 대표적인 굿즈인 서적 매출은 수직상승 중이다. 교보문고 등 주요 서점에는 대선 후보 관련 코너가 따로 있다. 한 어린이출판사는 최근 만화 위인전 문재인, 안철수편을 내놓기도 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4월 들어 대선 후보 관련 도서 판매량은 3월 같은 기간과 비교해 평균 260%나 상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팬심’ 때문에 대선 후보 관련 굿즈를 만들거나 거래하다가 자칫 쇠고랑을 찰 수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 180일 전부터 후보자를 상징하는 인형, 마스코트 등을 제작 및 판매할 수 없다. 후보자 관련 표시물을 착용하거나 배부하는 것도 금지된다. 하다못해 특정 후보 관련 컵을 제작해 배포하거나 판매해도 법적 처벌을 받는다.

한국과 달리 미국 등 해외에서는 정치 분야의 굿즈 판매가 비교적 자유롭다. 또 대상자의 특징을 잘 살린 굿즈는 선거 흥행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도 한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모자와 힐러리 클린턴 티셔츠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판매수익은 후보들의 정치자금으로 쓰이기도 했다. 대만도 2015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선거를 앞두고 만화 캐릭터와 자신을 합성시킨 인형을 제작해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현실을 감안해 선거법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고 의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부분이 있다”며 “지난해 8월 국회에 개정의견을 냈지만 공정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과도한 금권선거는 규제하되 선거가 ‘축제’가 될 수 있게 굿즈를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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