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인생/필드&조이 스카이72]럭셔리가 된 퍼블릭

안영식 골프전문기자

입력 2017-04-14 03:00 수정 2017-04-1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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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리조트



“처음에는 그냥 골프코스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서 자연이 좋아지고, 그 속에서 어울리는 사람이 좋아지고, 그러다 보니 100번째 라운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스카이72 골프&리조트 고객이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무려 1000번이나 온 골퍼도 있다. 골프장측은 감사의 표시로 기념식수를 하고, 그 주인공의 라운드 추억을 담은 타임캡슐을 나무 밑에 묻는 행사를 열었다.

“오히려 내가 감사드린다. 사업상 골프접대를 많이 하는데, 고가의 회원권을 살 여력이 안돼 퍼블릭인 스카이72를 자주 찾게 됐다. 그런데 프런트는 물론이고 예전에 만났던 캐디까지 나를 알아봐 주고, 반갑게 맞아줬다. 이를 본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나를 더 신뢰하더라. 사업이 번창해 돈을 많이 벌었지만 프라이빗 회원권을 사지 않고 스카이72에만 왔다. 내가 어디 가서 이런 대접을 받겠는가.”

왜 스카이72 인가? 그 대답은 두 ‘단골’의 말에 함축돼 있다. 명품의 향기가 느껴진다. 하드웨어(코스)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서비스, 고객관리 전산 시스템)까지. ‘대중골프장은 시끄럽고, 질서가 없다. 잔디상태가 엉망이고 손님을 많이 받아 진행을 재촉한다’는 편견을 날려버렸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비결은 고객의 소리(VOC:voice of customer)에 대한 경청이었다.


모든 기업이 VOC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서비스업은 VOC에 사활이 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아는 것과 실천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2005년 개장한 스카이72는 ‘국내 골프장 중 벤치마킹 대상 1위 골프장’으로 불린다. 그 명성은 어쩌다 얻은 것이 아니다. 스카이72의 ‘고객중심 현장경영’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김영재 대표이사(58)는 캐디 300여 명 등 현장 직원들이 매일 1건 이상씩 올리는 ‘돌직구 VOC’ 500~600건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전부 체크한다. 해외출장 중에도 마찬가지다. 미비점 개선은 늦어도 12시간 안에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어묵, 붕어빵, 아이스크림, 목 토시 무료 제공과 시크릿 부킹, 조인(join) 예약, 반바지 라운드에 짧은 양말 착용 등 200여 가지의 고객 감동 서비스가 나왔다. 사람들은 거창한 것 보다는 정이 깃든 작은 배려에 더 감명 받는다는 것도 알았다.

김 대표는 “고객의 컴플레인에서 배우는 게 많다.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간파하고 끊임없이 혁신해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 ‘한 라운드=18홀 플레이’는 못 바꾸지만 다른 것은 고객이 원하면 뭐든지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한달 10만 원 자유재량 업무비’라는 독특한 시스템은 눈길을 끈다. 내장객이 불만을 나타냈을 때 윗선에 보고하느라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해당 직원이 바로 현장에서 조치하라는 취지다. 커피나 간단한 식사를 제공하며 고객의 마음을 풀어주는데, 한달 10만 원 한도 내에서 마음대로 쓸 수 있다고.

서로 다른 4가지 컨셉의 코스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남성적인 뷰(view)의 오션코스는 전장이 길며, 자연암반을 그대로 살린 애리조나 스타일의 하늘코스는 전체가 벤트그래스로 식재됐다. 플로리다 스타일의 가든형 레이크코스, 거친 자연환경을 그대로 살린 클래식 코스도 그 나름대로 묘미가 있다.


스카이72는 길지 않은 역사에 스토리도 많다. 오션코스에서는 2008년부터 국내 유일의 미국LPGA투어 정규대회인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의 명승부가 매년 연출되고 있다. 2007년 안니카 소렌스탐, 박세리, 폴라 크리머, 브리타니 린시컴의 스킨스 게임을 기억하는 골프팬도 많다.

하늘코스에서는 미셸 위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남자대회 컷을 통과했다. 최경주가 더블보기를 한 16번홀(파3·191m)에서 주말골퍼는 여차하면 더블파(일명 양파)다. 계곡 건너 그린에 안착시켜야 하는데다 그린도 까다롭기에.


4개 정규코스(72홀)와 드림 듄스(샷 메이킹 연습 홀) 9홀, 드림골프레인지(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대 연습장)를 갖춘 스카이72는 개장 이래 연매출액이 매년 국내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보니 온라인 부킹업체와의 연계가 없는 유일한 골프장이기도 하다.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에도 적극적이다. 2016년까지 12년간 총 75억3000만 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인천 지역 전체 기업 중 2위다.

스카이72의 차별화된 마케팅의 핵심은 ‘Discover Fun in Golf(골프에서 즐거움을 찾자)’라는 슬로건 속에 담겨있다. 골프가 지닌 우리사회의 부정적 편견을 허물고, 스포츠로서 골프 본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골퍼를 위한 골프장’이 되겠다는 것이다. 한 예로, 스카이72는 Tee카드와 MVP제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주 방문 할수록 저렴한 그린피로 이용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골퍼의 입장에서 골프장의 운영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는 것, 그 안에 골프대중화의 해법이 있다. 골프대중화는 그린피 인하로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사회변화에 맞춰 골프장도 진화해야 한다. 골프는 민감한 운동이다. 라운드 중 릴렉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서비스의 초점을 골퍼가 최대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소문난 여성 라커룸에 들어 가보니…



스카이72의 여성 라커룸은 골퍼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곳이다. 내로라하는 회원제 골프장 오너의 사모님들이 너도나도 스카이72 여성 사우나를 견학하고 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가 12일 직접 금남(禁男)의 공간을 방문해봤다. 아주 어릴 적 어머니 손에 이끌려 동네 목욕탕 여탕에 가본 후 처음이다.

여성 라커룸 입구부터 시선을 끈 물건이 있었다. 알몸을 가릴 수 있는 여성용 가운이다. 여자들은 친한 사이라도 벗은 모습 보이는 걸 민망해하기 때문에 골프장 올 때 본인이 사용할 가운을 지참한단다. 그런데 이 골프장은 자체 제작한 가운을 제공하고 있었다.

‘속옷만 제외하고, 여성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 스카이72 여성 사우나의 운영 모토다. 허언이 아니었다. 뷰티 존, 헤어미용 존, 바디 케어 존, 네일 케어 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원 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에 필요한 제품과 장비가 완비돼 있다.

스카이72 여성 사우나의 최고 인기 코너는 단연 뷰티 존(사진)이다. 백화점 화장품 코너를 방불케 한다. 아이크림, 수분크림, 영양크림, 에센스 등은 물론 수 십 가지 색조 화장품이 풀 라인업 돼 있었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여성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화장품이 따로 있지 않을까?

김유진 선임 매니저는 “여성골퍼들은 라운드 후 식사나 모임이 이어지기 때문에 샤워 후 대부분 다시 화장을 한다. 기초화장부터 색조까지 다시 하게 되는데, 백화점 진열대처럼 세팅된 화장품들은 여성고객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골프장은 40~50대 여성들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미니스커트 골프복을 입을 수 있는 ‘해방구’다. 새롭거나 화려한 색상의 화장품을 기분전환으로 사용하며 매우 만족해한다. 매년 미국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출전하러온 외국 선수들도 뷰티 존을 보고 감탄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곳 여성 사우나에는 없는 것이 없다. 머리 손질하는 고대기도 컬의 종류에 따라 4종류나 된다. 구겨진 옷을 다리는 스팀 다리미도 갖췄다. 매주 월요일에는 온탕이 변신한다. 장미 등 생화가 뿌려져 있는 꽃 탕, 버블 탕, 캔들 탕 등 각종 이벤트가 마련된다.

스카이72 전체 내장객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 다른 골프장 보다 상당히 높은 편이다. 요금 할인이 없는데도. 여성 사우나의 차별성과 독보적인 서비스가 한 몫 톡톡히 하고 있다는 자체 분석이다.

■ 안영식 골프전문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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