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주식시장, 나쁜 소식은 더 커보이는 법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입력 2017-04-07 03:00 수정 2017-04-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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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1989년부터 개인 및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매달 설문조사를 실시해 네 가지 주식시장 신뢰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식시장 붕괴지수’는 1929년과 1987년에 발생한 주식시장 대폭락과 비슷한 상황이 앞으로 6개월 안에 미국에서 일어날 확률을 측정한 지표로, 향후 주식시장의 향방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나타낸다. 최근 예일대 연구팀이 바로 이 지표를 활용해 주식시장 붕괴 위험에 대한 투자자들의 주관적 평가와 객관적 평가 간의 차이를 살펴봤다.

우선 연구팀은 과거(1989∼2015년)에 실제로 일어난 주식시장 폭락 사태들을 토대로 향후 그와 비슷한 폭락이 발생할 확률을 계산했다. 그 결과 객관적 확률은 1.7%였다. 하지만 실러 교수의 설문조사에 응했던 개인투자자 및 기관투자가들이 주관적으로 예상한 주식시장 폭락 확률(주식시장 붕괴지수)은 평균 10%에 달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예측하는 주식시장 폭락 확률이 객관적 데이터에 기초한 확률의 약 6배에 달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또한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비합리적으로 예측하게 된 데는 언론의 부정적 뉴스가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시장이 불황일 때 언론에서 쏟아내는 부정적 정보나 비관적 기사는 주식시장의 폭락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을 유발해 투자자들이 주식시장 폭락 확률을 과대평가하도록 했다. 반면 호황일 때 시장에 배포되는 긍정적 정보나 기사는 투자자들의 확률 예측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긍정적 내용보다 부정적 내용에 더 주목하는 현상을 ‘부정 편향성’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감정과 판단에 영향을 끼치는 부정 편향성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기쁜 뉴스나 좋은 소식은 그리 오래 기억되지 않지만 비극적 뉴스나 나쁜 소식은 두고두고 몸과 마음을 괴롭힌다. 이 같은 부정의 힘은 투자자들을 패닉 상태로 몰아 거대한 주식시장마저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 만큼 강력하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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