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처럼 찾아온 ‘고도를 기다리며’

손효림기자

입력 2017-04-04 03:00 수정 2017-04-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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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포스터. 극단 산울림 제공
봄과 함께 어김없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돌아왔다. 1969년 초연된 후 올해 48주년을 맞는 이 작품은 대부분 봄에 공연됐다. 올해는 서울 마포구 소극장 산울림에서 7일 시작한다.

극장 건물 2층에 있는 갤러리 ‘산울림 아트 앤 크래프트’에서 작품의 역대 포스터와 임영웅 연출가(81)의 연출 노트를 비롯해 의상, 소품 등을 전시하는 행사(12∼23일)도 열린다. 전시회 관람은 무료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사뮈엘 베케트(1906∼1989)가 쓴 ‘고도…’는 앙상한 나무 아래에서 하염없이 고도를 기다리는 두 사내를 통해 기다림과 삶의 의미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부질없는 행위를 반복하며 기다림을 연기하는 블라디미르(한명구·왼쪽)와 에스트라공(박상종). 극단 산울림 제공
작품에 숱하게 참여한 관록 있는 배우들이 이번에도 무대에 선다. 지금까지 830여 회 출연하며 ‘가장 오랫동안 고도를 기다려온 배우’ 한명구가 블라디미르 역을 맡았다. 그는 1994년 블라디미르 역으로 처음 출연한 뒤 꾸준히 무대에 섰다. 럭키 역을 맡은 1996년과 박사학위 논문을 쓰던 2006, 2007년을 제외하고는 계속 블라디미르로 열연했다. 한 씨는 “인간과 존재의 본질을 다룬 작품이라 ‘고도…’를 할 때마다 경전을 읽는 느낌이다. 잊고 있던 이상을 떠올리고,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첫 출연 때 입었던 옷과 신발을 그대로 쓴다. 한 씨는 “마와 비슷한 소재로 된 얇은 옷이었는데, 계속 천을 덧대어 꿰매 입다 보니 두툼해졌다”며 웃었다.

한 씨와 함께 고도를 기다리는 에스트라공 역은 박상종이 맡았다. 박상종은 2005년부터 이 작품에 출연했다. 포조 역의 이호성은 1994년부터, 럭키 역의 박윤석은 2008년부터 각각 출연했다.

임 연출가는 반 백년 가까이 해 온 작품인데도 대사 하나 하나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 한 씨는 “웬만해서는 대사에 손대시지 않는데 올해는 블라디미르의 대사 ‘그럴걸’을 ‘아마도 그럴걸’이라고 해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셨다. 마모된 부분을 날카롭게 벼리시는 듯하다”고 말했다. 임 연출가는 “작품을 올릴 때마다 늘 새롭고, 해를 거듭할수록 깊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7일∼5월 7일. 4만 원. 02-334-5915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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