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 호수 따라 걷는다, 천천히 천천히

김재범 기자

입력 2017-03-31 05:45 수정 2017-03-3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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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아 맑은 물빛과 호숫가의 푸른 잔디, 그리고 호수 너머 멀리 아직 녹지않은 눈을 이고 있는 1500∼2000m대 고봉들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바이칼 호수의 전경. 눈이 시리도록 하얗고 투명했던 겨울 모습과는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사진제공|마중여행사

■ 광활한 녹색 평원, 아름답게 수놓은 봄꽃, 호수 너머 보이는 만년설…


●슬로투어의 매력 ‘바이칼호수 트레킹과 알혼섬’

1080여종 식물·1550여종 동물 있는 곳
2500만년 자연사 고스란히 담은 박물관
호수학 연구소 가면 민물 바다표범 반겨
칭기스칸 묻혔다는 전설 속 바위도 있어

‘봄꽃 만개한 청정자연의 매력을 슬로투어로 느낀다.’

몽골어로 ‘자연’을 뜻하는 바이갈(Baigal)에서 유래한 바이칼 호수는 러시아 여행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워너비(wannabe) 명소이다. 러시아 시베리아 남동쪽의 이르쿠츠크와 브랴티야 자치공화국 사이에 있는 바이칼 호수는 면적이 3만1500km², 저수량 2만2000km²로 제주도의 절반만한 크기다. 담수호중에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규모와 투명도 등 각종 수치에서도 세계 기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여행에서 사람들이 바이칼을 그토록 가보고 싶어하는 것은 이런 규모의 웅장함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오염되지 않은 자연생태계 자체의 아름다움과 다양한 역사, 문화 유적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바이칼호는 계절마다 다른 매력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겨울 바이칼호가 얼음과 눈으로 뒤덮힌 순백의 왕국으로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면, 봄철에는 광활한 녹색의 평원지대와 그곳을 아름답게 수놓은 각종 봄꽃, 그리고 호수 너머로 보이는 만년설의 산악이 어우러지는 그림같은 정경을 선사한다.

특히 봄날 한결 온화해진 기온과 투명한 공기를 뚫고 내리쬐는 햇살을 느끼며 호숫가를 거니는 트레킹은 ‘슬로투어’의 진수로 특히 유럽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스포츠동아 마중투어와 함께 기획한 봄철 ‘바이칼호수 트레킹과 알혼섬’은 겨울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찾아갔던 바이칼호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다.

바이칼호수 트레킹.


● 자연생태계의 보고에서 경험하는 4시간 트레킹

바이칼 호수는 오랜 역사와 고립된 위치로 동식물 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있다. 식물이 1080여 종, 동물은 1550여종에 달하며 이중 80% 이상이 이곳에만 있는 고유종이다. 여행의 첫날 러시아 이루쿠츠크 공항서 내려 호수로 이동하는 길에 만나는 ‘바이칼호수 박물관’에서는 2500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바이칼호의 자연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소련 과학 아카데미연구소 부속 호수학 연구소로 바이칼 호수에 대한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호수나 주변의 산악지대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의 표본을 진열하고 있다. 6개의 대형 수족관에는 민물 바다표범 네르파를 비롯해 오믈, 하리우스 등의 고유 어종을 볼 수 있다.

호수 박물관에 이어 가볼 곳은 리스트비앙카 마을. 바이칼 호반에는 러시아 전통 가옥으로 이루어진 촌락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러시아 시골의 전통적인 생활상을 접할 수 있는데, 리스트비앙카 마을이 대표적이다. 전통통나무집과 개조된 통나무집들이 있고 숙박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다. 인근 앙가라 강가에는 러시아 목조건축물과 민속품을 전시하는 박물관 ‘탈치’ 박물관도 있다. 탈치(Taltsi)는 ‘봄’이란 뜻으로 시베리아 각지에서 오래된 목조건축의 견본들을 가져와 전시하고 있다.

바이칼호 투어의 핵심 여정 중 하나인 트레킹은 팔라빈나 해변에서 발쉬에카튀까지의 코스로 약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바이칼 호수변을 따라 언덕을 오르내리는 트레킹으로 대자연의 신비와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알혼섬의 부르한 바위.


● 광활한 녹색의 대평원과 자작나무숲, 그리고 알혼섬

바이칼호수에는 약 330여 개의 강이 흘러드는데, 특이하게도 밖으로 나가는 수로는 앙가라(Angara) 강 하나뿐이다. 호수 안에는 22개의 섬이 있는데, 이중 가장 큰 것이 길이 72km인 알혼(Olkhon) 섬이다. 이르쿠츠크에서 6시간 정도 차로 달려야 갈 수 있다. 이르쿠츠크에서 알혼섬까지 가는 길은 파랗게 물이 오른 시베리아의 드넓은 스텝 대평원과 야생화 지역, 그리고 자작나무 숲을 만날 수 있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다.

거제도의 두배 정도 되는 알혼섬은 지역 원주민 부랴트족 말로로 ‘햇볕이 잘 드는 땅’을 의미한다. 독특한 지형과 함께 타이가, 스텝, 작은 사막 등 다양한 기후의 식생대가 어우러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알혼섬 북부에서 우아직 4륜구동차량을 타고 사라예스키 해변을 따라 걸으며 사자섬, 움직이는 악어바위, 페시안카(2차대전 당시 포로수용소 잔해), 삼형제바위(사간후괴) 등의 명소를 돌아볼 수 있다. 특히 이곳 하보이 곶에서는 알혼섬 최북단 말라예모래와 발쇼에모래를 돌아보는 트레킹도 즐길 수 있다.

또한 칭기스칸이 묻혔다는 전설이 있는 부르한 바위를 비롯해 섬내 유일한 몽돌 해변인 우쥐르 마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하트 모양인 사랑의 언덕 등의 관광지도 알혼섬 투어의 필수 방문지로 꼽힌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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