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비를 원하십니까?

동아닷컴

입력 2017-03-30 14:16 수정 2017-03-3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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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가문화, 여행, 교육 등 자아실현 위한 경험소비 트렌드 확산

최근 경제성장을 더디게 만들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개인의 지갑이 열리지 않는 소비절벽 문제다. 소비침체는 경제의 선순환을 악화 시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며 개인의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 정부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나 소비침체가 극에 달했던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에서 우리도 자칫 ‘잃어버린 20년’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의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자산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정부와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실패와 엔고에 따른 복합적인 문제들로 긴 소비침체를 겪었던 일본과는 달리 지금 우리의 문제는 시대 변화에 따른 소비 트랜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 달라지는 소비 트렌드
올해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 A씨는 혼수를 비롯한 결혼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고 결혼 후에도 소비를 줄여 대부분을 저축하기로 반려자와 약속 했다. 젊은 예비부부는 좋은 집, 좋은 차와 같은 그동안 우리가 돈을 벌어 지출했던 물질적 소비를 줄이고 3년후, 세계여행을 위한 자금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요즘 같이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 번듯한 직장을 포기하고 세계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그들은 3년안에 계획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물질적 풍요보다는 자아실현을 위한 체험의 가치를 선택한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소비자들은 무조건 싸면 구매하는 소비패턴을 버리기 시작했다. 백화점을 비롯해 저렴한 특가상품과 여러가지 사은품으로 무장한 대형 홈쇼핑사들이 최근 고전을 변치 못하는 이유도 자기 중심적 가치소비와 체험소비로 변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변심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무언가를 소비하기전, 소비에 대한 가치를 먼저 생각한다. 비싸지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과감히 지갑을 여는 것은 물론 물질이 아닌 체험과 무형의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한다. 소홀했던 건강과 자기계발에 적극적이고 여가문화에 대한 지출도 과감히 늘리고 있는 것이 예전과 변화된 소비패턴이다.
[2009년 대비 2016년 항목별 지출 증가율]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2016년의 가계지출을 비교해 보면 소득은 28% 증가한 반면 소득은 20% 남짓 증가해 소득보다 지출 증가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는 와중에도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주류, 담배 지출을 제외하면 가정용품/가사서비스와 더불어 오락, 문화 지출이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본인의 생활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제품, 특히나 폭염 등으로 인한 에어컨 등의 가전제품 구매 증가로 인해 가정용품 지출이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뒤를 오락, 문화 지출로 여행을 비롯한 여가생활에 대한 지출 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급속히 증가하는 해외여행객은 이러한 통계를 뒷받침 한다. 해외 출국자수가 지난해 2000만명을 돌파하자 마자 올해 들어 3월까지 매월 200만명이 넘는 출국자수를 기록하며 연간 2500만명 돌파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모두투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사를 통해 출국한 여행객이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동안 여행객이 급증한 이유는 여행이 연중 특별 행사가 아닌 개인과 가족의 행복을 위한 일상의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으며 여행을 자기만족과 계발의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아졌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경험가치를 지향하는 새로운 소비시대

심리학과 마케팅학 교수인 엘리자베스 던(Dunn, Elizabeth)과 마이클 노튼(Norton, Michael)은 그들의 저서 해피머니(Happy Money)에서 지금까지 와는 다른 방식의 소비, 즉 ‘체험을 구매하라’ 고 주장한다. 이들은 물질보다 체험구매를 통해 더 큰 행복과 만족을 느낄 수 있으며 특별한 체험으로 생기는 ‘과거에 대한 아련한 갈망’ 은 행복이 줄어들지 않도록 방패 기능을 하는 동시에 활력을 북돋고 스트레스를 완화시킨다고 말한다.

우리는 과거, 남들 보다 풍요롭고 윤택한 생활을 위해 어떻게 돈을 벌고, 투자하고, 저축 해야하는지에 대해 배웠지만 정작 어떻게 소비해야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소비에 대한 가치를 먼저 생각하며 자신의 감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경험과 체험을 위해 지출을 아끼지 않는 새로운 소비시대를 열고 있다.

특정 산업의 몰락과 소비부진 그리고 사회구조 변화까지 더 이상 소비가 자연스러울 수 없는 환경에서 경험과 체험을 중시하는 소비문화는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다.

당신은 어떤 소비를 원하십니까?


글/취재 = 동아닷컴 트래블섹션 원형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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