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영화상영업체도 ‘알바 착취’… 3억여원 안줘

김호경기자

입력 2017-03-23 03:00 수정 2017-03-2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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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44곳 수당 미지급 등 적발


수도권의 한 롯데시네마에서 아르바이트(알바)로 일하고 있는 김모 씨는 출근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일찍부터 서둘러야 했다. 출근 시간인 오전 10시에서 1분이라도 늦으면 오전 10시 30분에 출근한 걸로 시급을 받기 때문이다. 일명 ‘시간 꺾기’다. 근로기준법상 1분 단위로 시급을 계산해줘야 하지만 회사가 임금을 조금이라도 덜 주려고 15분, 30분 단위로 시급을 계산한 것. 김 씨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억울해했다.

유명 외식업체 ‘이랜드파크’에 이어 영화상영업계에서도 알바생의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1, 2월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CGV 등 국내 3대 영화상영업체의 영화관 48곳을 조사한 결과 44곳에서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22일 밝혔다. 올 초 알바노조의 제보로 불거진 영화관 알바생 착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

영화상영업체 3사가 체불한 임금 총액은 3억6400만 원. 알바생 약 1만 명이 피해를 봤다. 하지만 이번 고용부 조사는 3사가 운영하는 전체 영화관(339곳) 중 14%에 불과한 48곳을 대상으로 했을 뿐이라 드러나지 않은 체불 임금액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연장근로수당 체불액이 2억88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알바생 근무 시간을 수기로 관리했던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는 근로시간을 15분, 30분 단위로 쪼개 계산하는 수법으로 알바생에게 실제 일한 시간보다 적은 임금을 줬다. 전산 출퇴근 시스템을 도입한 CGV는 알바생 근무 시간을 1분 단위로 계산해 시급을 줬지만 초과 수당을 주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영화관 7곳은 상영이 취소되는 등 영화관 사정으로 알바생을 갑자기 조퇴시키고도 이에 따른 휴업수당 3200만 원을 주지 않았다. 휴업수당은 근로기준법상 회사 사정으로 휴업하거나 직원을 조퇴시킬 때 지급하는 수당이다.

회사는 직원이 1개월 개근 시 하루의 유급 휴일을 주거나 연차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영화관 17곳은 332명에게 총 2300만 원어치의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 영화관 15곳은 알바생 1585명의 주휴수당 1700만 원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고용부는 경미한 위반 사항인 201건은 시정 지시하고 나머지 8건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했다. 업체별 과태료는 메가박스 980만 원, CGV 560만 원, 롯데시네마 200만 원이다.

3사는 체불 임금을 모두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추가로 롯데시네마는 올해 안에 알바생 30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메가박스는 3사 중 유일하게 알바생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하청업체를 통해 고용해 사실상 직원처럼 부렸다. 메가박스는 7월부터 하청근로자 1500명 전원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꼼수였지만 파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고용부 지적에 따라 이번에 개선책을 내놨다. 5년 전부터 알바생 일부를 풀타임 관리직으로 전환해 채용해온 CGV는 올해 청년 알바생 100명을 풀타임 관리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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