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자문시장 우리도 끼자” 토종3社 도전장

이건혁기자

입력 2017-03-22 03:00 수정 2017-03-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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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공룡’ 2곳이 국내시장 장악
CGS-서스틴베스트-대신지배구조硏… 인력 25명 안팎…규모에서 크게 뒤져
“현지정보 더 밝다” 무기로 틈새 공략… 권고안 신뢰성 확보가 넘어야할 산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지원하는 의결권 자문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외국계 자문사가 독점하고 있는 이 시장에 최근 토종 회사들이 뛰어들고 있다. 앞으로 국내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의결권 자문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활동 중인 의결권 자문사는 5곳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라스루이스 등 외국계 자문사들이 이미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 국내 자문사도 도전장을 내밀어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는 사외이사 선임, 지배구조 개편 같은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하고, 주주들에게 찬성 또는 반대 등을 권고하는 역할을 한다.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두 외국계 자문사에 비하면 국내 회사들의 존재감은 아직 약하다. ISS와 글라스루이스는 100개 이상 국가의 주요 기업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권고안을 내놓는다. 소속 인원만 해도 각각 800명, 360명 정도다. 영어로 발간되는 보고서는 국내외 주주 모두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반면 국내 의결권 자문사 3곳의 인력은 각각 25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규모 면에서 ‘다윗과 골리앗’처럼 큰 차이가 있다. 한국어판 보고서를 발간해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약 32%를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가들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국내 자문사들은 외국계 자문사보다 국내 기업 정보에 밝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후발 주자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등기임원 경력이 있는 2만 명의 경력을 데이터베이스화한 시스템을 구축해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된 의결권 행사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 LG디스플레이가 선임하려던 사외이사에 대해 반대 의견을 권고해 관철시켰다. 김호준 대신지배구조연구소장은 “앞으로 기업에서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만큼, 이사회 구성원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한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등이 참여한 CGS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춰 의결권에 대한 자문을 하고 있다. 서스틴베스트는 한국 기업의 역사와 맥락 등을 반영한 자문이 특징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는 “한국인 연구원이나 한국 사무실도 없는 외국계 자문사에 비해 토종 회사들은 한국의 규제 환경과 기업 의사결정의 맥락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결권 자문시장이 커진 것은 최근 금융시장 상황과 관련이 있다. 최근 기관투자가의 투자 대상이 늘어나면서 분석해야 할 주총 안건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결권 행사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만 해도 2일 현재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가 285개에 이른다.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이 찬성한 것을 두고 논란이 벌어진 것처럼,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커진 상황이다. 김호준 소장은 “기관투자가가 의결권 행사의 투명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의결권 자문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험이 부족한 국내 의결권 자문사가 얼마나 빨리 내실을 쌓고 신뢰를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문사 권고안이 의결권 행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일반적인 내용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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