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긁어 부스럼 만들일 없다” 無대응 전략

박민우기자 , 조숭호기자

입력 2017-03-03 03:00 수정 2017-06-0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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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한국 흔들기’]USTR 보고서, 한국보다 中에 초점
상품外 수지 안따져 통계 왜곡도


주요 2개국(G2)과의 본격적인 통상 마찰 조짐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철저히 ‘로 키(low key)’ 모드를 펴고 있다. 정부가 섣불리 공식적으로 대응하다가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둔 국정 공백 상황에서 책임 있게 정책을 결정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현실적 한계도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며 무대응 전략을 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당국자는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2017년 통상정책의제와 2016년 연례보고서’에서 한미 FTA로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가 늘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2일 “(한국이) 지나치게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었고, 오히려 ‘연례보고서’ 부분에서 한미 FTA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making significant progress)가 언급돼 있다는 것이다. 366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통상정책의제’ 부분에서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를 지적하며 한국을 포함한 6개국에 대해 서술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 관련 부분이 상당 분량을 차지했고 한국에 대한 내용은 6줄에 불과했다. (해당 보고서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 멕시코, 캐나다 등과의 무역 상황을 전반적으로 살펴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한미 FTA로 미국의 무역적자 폭이 확대됐다는 주장이 한쪽 면만 본 왜곡된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FTA는 최장 20년(쇠고기)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거나 서비스 시장을 개방하도록 규정했는데, 발효 후 5년간의 실적만으로 FTA 성과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있다.

정혜선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상품 외에 서비스수지만 놓고 보면 한국의 적자폭이 커지는 등 다차원적 효과가 있는데도 단순히 5년 전과 지금의 상품 교역만 놓고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15일 한미 FTA 발효 5주년을 맞지만 그간의 성과에 대해서는 한국무역협회 등 민간 채널을 통해 보고서로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최근의 전반적인 통상 환경 변화를 반영한 ‘신통상 로드맵’을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압박을 가하는 중국에 대해서도 정부는 “설명은 할 수 있지만, 설득할 일은 아니다”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략적인 ‘물밑 작업’을 충분히 한 뒤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은 “미국의 한미 FTA 재협상 압박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내부적으로 대응 논리를 꼼꼼하게 세워 향후 불확실한 협상 국면에서 실리를 챙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박민우 minwoo@donga.com / 조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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