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우주쓰레기 콕 찝어 잡아오는 청소위성 지상 시험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7-03-02 16:01 수정 2017-03-02 18:54
최근 대전 유성구 과학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한 실험실. 가로 3m 세로 4m의 어두운 공간에 더미위성(모형위성) 2개가 떠 있었다. 한 위성 위엔 인형이, 다른 위성 위엔 길이 30㎝의 초소형 큐브위성이 올려져 있다. 인형이 올려져 있는 위성은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우주쓰레기, 큐브위성은 그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위성의 역할이다.
한 연구자가 청소위성과 연결된 컴퓨터에 인형이 앉아있는 네모난 박스 모양을 입력했다. 같은 모양의 박스를 발견하면 쓰레기로 인식하고 주워오라는 의미다. 주변 공간을 두리번거리던 청소위성은 이내 쓰레기의 위치를 파악하더니 ‘칙칙’소리를 내며 다가간다. 큐브위성에 달린 두 팔을 이용해 박스를 잡더니 끌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김해동 항우연 IT융합기술팀장은 “우주에서 자동으로 물체를 인식하고 추적해 우주쓰레기를 치우는 청소위성의 움직임을 구현해 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라고 설명했다.
지구 주변 우주 공간엔 무려 6300t의 우주 쓰레기들이 유영하고 있다. 대부분 인간이 쏘아올린 인공위성, 로켓 등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다. 지난 달 항우연이 본보에 공개한 테스트베드는 청소위성이 목표로 한 쓰레기의 수십m 근처로 다가간 뒤의 움직임을 지상에서 시험하기 위한 공간이다.
큐브위성에 달린 ‘키네틱 센서’는 쓰레기의 이미지를 포착하는 동시에 위성이 쓰레기와의 거리를 인식하도록 만든다. 바닥엔 유리를 깔아 마찰력을 줄이고, 위성 밑 부분에서 바닥을 향해 공기가 분사되도록 만들어 위성을 수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정도 띄웠다. 우주와 유사한 무마찰 상태를 만들어 움직임을 시험하기 위함이다. 공기를 분사하는 방향을 달리하면 위성의 이동방향도 제어할 수 있다.
쓰레기를 붙잡는 큐브위성의 두 집게엔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을 모사한 게코스티커가 달렸다. 섬모가 수만 개 달려있어 접착력이 우수해 청소위성이 쓰레기의 한쪽 모서리만 붙잡더라도 미끄러져 놓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연구진은 2020년경 우주공간에서 청소위성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청소위성의 유력후보는 중량이 20㎏이 넘지 않는 초소형 큐브 위성. 이 위성으로 100㎏이 넘는 고장 난 위성을 고도 80㎞의 지구 대기권까지 끌고 내려와 태워버리는 것이 목표다. 우리별 1~3호는 약 50㎏, 과학기술위성 1호는 약 100㎏인 것을 고려하면 적어도 우리나라가 만든 거대 우주쓰레기는 직접 해결할 수 있다.
연구진의 실험은 미래사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유엔(UN)은 위성이 임무를 다한 뒤 우주에서 떠도는 기간을 25년을 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만약 권고사항이 규정으로 만들어진다면 청소위성 기술이 없는 국가는 타국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임무를 맡겨야 한다. 현재는 미국, 일본, 프랑스, 중국만이 우주에서 청소위성 시험을 진행했다.
김 팀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버린 쓰레기는 내가 줍자’는 개념처럼 수명이 다한 우리 위성을 직접 없애는 우주개발 선진국에 걸맞은 책임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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