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부터 세월호까지… 민족의 恨 위로하는 한판 굿

손효림기자

입력 2017-02-28 03:00 수정 2017-02-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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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단거리패 ‘굿과 연극’ 기획전

연극 ‘씻금’에서 넋들이 편안한 곳으로 갈 수 있게 안내하는 ‘길 닦음 의식’. 연희단거리패 제공
진도 씻김굿, 동해안 별신굿, 제주도 무혼굿이 녹아든 연극을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연희단거리패는 굿을 소재로 만든 연극인 ‘씻금’ ‘오구’ ‘초혼’을 차례로 공연하는 ‘굿과 연극’ 기획전을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30스튜디오에서 3월 1일부터 시작한다. 대본 구성과 연출은 모두 이윤택 연출가가 맡았다.

‘씻금’(3월 1∼12일)은 ‘씻김’의 진도 사투리다. 주인공 순례의 죽음을 시작으로 그의 가족사가 펼쳐지며 진도 앞바다에 빠져 죽은 여러 넋이 등장한다. 일제강점기, 광복 이후 소용돌이, 외환위기를 거쳐 세월호 사건까지 한국 근현대사와 개인사가 연결된다. 삶과 죽음, 개인과 역사가 제의를 통해 만나고 화해한다. 육자배기, 흥그레 타령, 진도 아리랑 등 남도소리 미학을 맛볼 수 있다. 진도 씻김굿의 마지막 당골(남도 지역 세습무)인 고 채정례 선생이 음악 부분을 직접 지도했고 김미숙이 출연한다.

‘오구’(3월 16일∼4월 2일)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재산 싸움을 벌이는 자식들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죽음의 두려움과 슬픔을 해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풍어를 기원하는 동해안 별신굿(정식 명칭은 동해안 풍어제)이 등장한다. 강부자가 팔순 노모로 출연하기도 했다. 1989년 초연 당시 20대의 나이에 노모를 연기했던 남미정이 이번 무대에 선다.

제주도민들이 근현대에 겪은 수난을 그린 ‘초혼’(4월 20일∼5월 7일)에는 바다에 빠져 죽은 사람의 넋을 건져내 위로하고 저승으로 보내는 제주도 무혼굿이 나온다. 3대에 걸쳐 벌어진 한 집안의 수난사를 통해 일제에 대한 해녀들의 저항 운동, 제주도4·3사건 등의 역사가 펼쳐진다. 원한을 품은 이들이 한을 풀고 용서하는 과정을 그렸다. 김소희 김미숙 윤정섭 등이 극을 이끈다.

이 연출가는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로 우리 문화 예술의 원형인 굿이 혹세무민의 수단으로 오해받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시리즈를 기획했다”며 “굿이 얼마나 다양한 스타일로 동시대의 현실을 반영하는지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각 3만 원. 02-766-9831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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