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비리’ 홍기택 前산은회장, 잠적 8개월 만에 검찰 기습 출두

세종=천호성기자

입력 2017-02-27 22:08 수정 2017-05-28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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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에 수 조 원대 대출을 해주고 이를 부실 감독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홍기택(65) 전 KDB산업은행 회장이 27일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6월 부총재로 있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돌연 휴직계를 내고 잠적한 지 8개월 만이다. 자신에게 관심이 쏠릴 것을 우려한 홍 전 회장이 탄핵정국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검찰에 기습 출두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대우조선 경영비리를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날 홍 전 회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했다고 밝혔다. 홍 전 회장은 그동안 미국 등 해외에 머물며 사실상 ‘도피 생활’을 해 왔지만 이달 중순 귀국해 검찰 조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은 이날 홍 전 회장이 산업은행 근무 당시 대우조선의 회계부실을 알고서도 거액을 지원했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에 대한 자금 지원이 청와대의 비공개 경제현안회의인 ‘서별관회의’를 통해 이뤄졌는지도 캐물었다.

검찰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15년 10월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이 회의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 대우조선에 4조2000억 원을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이 모여 대우조선 지원안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홍 전 회장은 AIIB에 휴직계를 내기 직전인 지난해 6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산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밝혀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 등은 지난해 6월 배임 혐의로 홍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참여연대는 “홍 전 회장이 여신 업무를 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기본적인 재무상태 점검도 하지 않고 대출해줌으로써 산업은행에 2015년 6월까지 최소 2조728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외국을 돌며 검찰조사를 피해 오던 홍 전 회장이 탄핵정국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 틈을 타 돌연 조사에 응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최종변론기일 이었던 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홍 전 회장은 잠적생활 중이던 지난해 12월 AIIB 부총재 자리에서도 해임돼 ‘국제 금융계에서의 한국 위상을 바닥에 떨어트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AIIB 부총재직은 한국이 이 은행에 4조3000억 원을 투자한 데 따라 한국 정부가 추천하도록 할당된 직위였다.

세종=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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