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에 승부수 던진 SK하이닉스

서동일기자

입력 2017-02-08 03:00 수정 2017-02-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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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도시바 지분 인수에 3조 베팅

2012년 2월 14일 SK그룹은 하이닉스 인수 대금을 완납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그룹의 새로운 계열사가 된 SK하이닉스로 처음 출근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를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에 이어 그룹의 세 번째 주축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꼭 5년이 지난 뒤 SK하이닉스는 일본 반도체 기업의 지분 인수에까지 나섰다. SK하이닉스는 7일 “3일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 지분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SK하이닉스가 이번 도전에 성공할 경우 D램에만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낸드플래시로 확대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 낸드플래시 고민 덜 기회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반도체다.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낸드플래시 시장도 급성장했다. 최근에는 엔터프라이즈 솔리드스테이트디스크(SSD)와 모바일 기기에서의 반도체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양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도시바는 세계 2위 낸드플래시업체다. 도시바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3월 31일까지 반도체 사업을 분사한 뒤 지분의 20% 미만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지분 인수를 통해 매년 40% 이상 성장하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단숨에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SK하이닉스가 지분 19.9%(약 3조 원)를 인수해도 경영권을 갖지는 못한다. SK하이닉스는 다만 도시바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다양한 기회와 가능성을 찾을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10∼12월) 5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 원 클럽에 복귀했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D램 의존도가 지나치게 큰 탓이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48.0%)에 이은 2위(25.2%) 기업이다. 하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도시바, 샌디스크, 마이크론에 이어 5위에 머물고 있다. 시장 성장 속도가 훨씬 빠른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SK하이닉스의 아킬레스건이었다. SK하이닉스가 지난달 말 실적발표에서 “올해 7조 원 규모의 투자 중 대부분을 낸드플래시 인프라 구축 및 기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내부적으로 낸드플래시 기술 격차로 인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고민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 SK그룹, 반도체에 지속적 투자

그동안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는 최 회장의 ‘신의 한 수’로 불렸다. SK하이닉스는 2014년 유가 급락으로 SK이노베이션이 사상 첫 적자를 냈을 때도 그룹의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최 회장은 2015년 8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뒤 가장 먼저 SK하이닉스의 46조 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밝힐 정도로 강한 애착을 보여 왔다.

그룹 지주회사인 SK㈜는 2015년 11월 반도체용 가스 전문 업체인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5000억 원에 인수했다. 지난달에는 반도체 웨이퍼를 만드는 LG실트론을 6200억 원에 사들였다. 그룹 전체가 반도체에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SK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도 지속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2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로 워커힐호텔에서 부임 이후 첫 임원 워크숍을 갖고 “혁신의 큰 그림을 성공시켜, 이번에 발표한 실적이 ‘깜짝 실적’이 아님을 증명하자”고 강조했다. 워크숍은 SK이노베이션과 5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및 전체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하루 일정으로 진행됐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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