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영웅과 제국]어느날 사라진 로물루스… 국난 극복한 로마인의 지혜

임용한 KJ인문경영연구원 대표

입력 2017-02-06 03:00:00 수정 2017-02-0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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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분배 놓고 불만 컸던 의원들 암살 의심 받자 ‘승천설’ 퍼뜨려
민중들은 복수 대신 현실 인정… ‘타협 통한 갈등 치유’ 보여줘


로물루스 신전 안에 있는 아폴로상. 원래는 여기에 로물루스의 상이 있었을지 모른다.
 로물루스는 로마의 건국자이자 최고 권력자였지만 세습적이고 안정적인 권력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로물루스는 혈연이나 부족 공동체라는 울타리를 넘어선 확고한 권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군대’를 선택했다. 전쟁으로 획득한 땅을 병사들에게 나눠줬고 그 결과 그들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토지를 분배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로물루스는 의원들을 배제했다. 의원들은 로마 안에 존속하는 여러 구역과 가문, 공동체를 대표할 뿐 아니라 로마라는 깃발 아래 모두 함께 싸웠던 이들이다. 의원들도 로마가 획득한 정복지에 대한 지분을 요구할 권리가 있었지만 로물루스는 구역과 부족을 무시한 채 전쟁에 복무한 병사, 개인을 기준으로 땅을 분배했다.

 의원들에게 이 같은 토지 분배는 ‘로물루스의 시민’을 만들려는 의도로 보였고 점차 불만이 자라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일찌감치 눈치 챈 로물루스는 ‘켈레레스’라는 300명의 경호대를 창설했다. 처음에는 전쟁터에서 사령관을 보호하는 호위대로 창설됐지만 점차 이들은 평화 시에도 해산하지 않고 로물루스 주변에 머물렀다. 이들은 왕의 주변으로 몰려드는 군중을 제어하고 로물루스가 내리는 체포령을 신속하게 수행했다.

 켈레레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로물루스가 54세가 되던 해, 왕위에 오른 지 38년째였던 해의 7월 7일, 갑자기 그가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장소가 볼카누스 신전이었다는 설도, 군대의 재배치를 논의하던 도시 밖 평원이었다는 설도 있다. 무엇이 맞는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것은 그가 사라졌을 때 그의 주변을 의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는 것이다.

 감쪽같이 로물루스가 사라져 버리자 일부는 의원들이 로물루스를 살해하고 시신을 은닉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 같은 의심에 의원들은 엉뚱하면서도 대담한 주장으로 암살설을 일축했다. 로물루스가 하늘로 불려 올라가 신이 됐다는 것이다. 로물루스의 친구이기도 했던 의원 율리우스 프로쿨루스는 신 앞에서 엄숙히 선서를 한 후 “신이 돼 하늘로 돌아가는 로물루스를 길에서 만났다”고 증언했다. 로물루스가 “나는 가장 위대한 운명을 타고난 도시를 세우기 위해 신들의 세상에서 파견됐고 이제 사명을 마쳐 하늘로 돌아간다”는 유언을 자신에게 남겼다면서 말이다.

 거사 현장에서 의원들이 ‘승천설’을 주장하며 군중을 설득한 것을 보면 암살은 치밀하게 준비됐던 것 같다. 로물루스는 살해당하는 순간 자신의 지지자들과 병사들이 자신의 복수를 해줄 것이라고 내심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민중은 승천설을 의심했지만 그 의심이 소요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로마의 시민들은 로물루스가 나눠주는 선물을 좋아했지만, 죽은 로물루스를 위해, 또한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마음은 없었다.

 의원들이 로물루스를 폄하하지 않고 그의 공로를 기억하고 예우한 것은 암살설을 지워버리고 안정과 단합을 가져왔다. 로마는 공식적으로 로물루스의 신화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의 신비한 죽음 이야기 안에는 영웅조차도 이기기 힘든 권력욕, 대중의 현실주의, 타협과 양보를 통해 이루어 가는 사회의 발전, 갈등에 대한 지혜가 녹아 있다.

임용한 KJ인문경영연구원 대표 yhkmy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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