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보지마!… 물로 만든 투명 로봇, 물고기를 움켜잡다
동아일보
입력 2017-02-03 03:00 수정 2017-02-03 03:00
쉬안허 자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팀이 개발해 2월 1일 공개한 ‘하이드로젤 로봇’. 구성 성분 대부분이 물로 이뤄져 있어 투명하다. MIT 제공
물로 만든 투명한 로봇이 개발됐다. 유연하게 움직이며 생체적합성이 높아 의료용으로 폭넓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물속에서는 투명하게 보여 군사 목적의 수중정찰 로봇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쉬안허 자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건설환경공학과 교수팀은 ‘하이드로젤 로봇’을 개발해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일자에 발표했다. 이 로봇은 물 98%에 고분자 2%로 구성됐다. 얇은 막인 하이드로젤이 뼈대와 껍질을 이루고 내부에는 물이 들어 있다. 로봇에 연결된 얇은 선을 통해 바깥에서 물에 압력을 주면 로봇이 움직인다. 로봇의 형태에 따라 발차기를 하거나 주먹을 쥐었다 펴는 동작이 가능하다.
논문의 제1저자인 육현우 MIT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기존 하이드로젤 로봇은 내구성과 힘이 약해 일부 분야에서만 사용됐지만, 이 ‘하이드로젤 로봇’은 고무 소프트로봇과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낼 수 있어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다섯 손가락 모양의 하이드로젤 로봇은 살아 있는 물고기를 움켜잡을 정도로 강한 힘을 발휘했다.
하이드로젤은 고무나 플라스틱 같은 물질보다 몸에 넣었을 때 면역거부반응 및 이물감이 적어 인공장기 등 의료용으로 쓰일 수 있다. 육 연구원은 “하이드로젤이 초음파를 막지 않아 내시경에 사용하면 수술 중 의사의 시야를 가리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을 약물 전달에 이용할 수도 있다. 하이드로젤 표면에는 물이 들어가는 작은 구멍이 많다. 물에 녹는 약물을 로봇에 실어 몸속 필요한 곳으로 배달한 다음 로봇을 작동시켜 약물을 내놓도록 하면 된다.
수중정찰용으로도 쓰일 수 있다. 하이드로젤 로봇은 빛이나 소리와 반응하는 특성이 물과 거의 비슷해 물속에서 움직일 때 찾아내기 힘들다. 다만 수압을 만들어내는 외부장치까지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육 연구원은 “하버드대 등 다른 연구팀과 실용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지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he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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