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뭉쳐 빚은 얼굴, 사람이 모여 만든 얼굴

김지영기자

입력 2017-01-31 03:00 수정 2017-01-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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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백 김용훈의 Cloud Face’전
‘김동유, 80년대로부터’전


컴퓨터의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한 ‘신승백 김용훈의 Cloud Face’전(위쪽 사진)과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얼굴로 만든 배우 메릴린 먼로의 초상화를 볼 수 있는 ‘김동유, 80년대로부터’전. 아트센터 나비·에비뉴엘아트홀 제공
 ‘얼굴’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 있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사옥 내에 있는 ‘아트센터 나비’에서 열리는 ‘신승백 김용훈의 Cloud Face’와 서울 송파구 에비뉴엘아트홀에서 열리는 ‘김동유, 80년대로부터’ 전시회다. 모두 얼굴을 소재로 삼았고 독특한 접근법이 돋보인다.

 ‘신승백 김용훈…’전에는 ‘서울 하늘에서 발견한 얼굴’이라는 수식어구가 함께한다. 하늘에서 얼굴을 발견한다? 설명은 이렇다. 서울 하늘에서 찾은 얼굴 형상의 구름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카메라를 통해 하늘을 관찰하면서 카메라에 장착된 컴퓨터가 얼굴로 인식된 구름을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에 펼쳐 보이는 작업이다. 인공지능(AI) 시각기술 중 하나인 ‘얼굴 인식(face detection)’이 사용됐다. 이세돌 9단-알파고의 바둑 대결 이후 AI의 화제몰이가 식을 줄 모르는 상황에서 눈길이 가는 전시다.

 얼핏 평범한 구름처럼 보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토끼구름, 나비구름” 노래를 부르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생물이나 사물들의 모습에 구름을 빗댔던 기억이 떠오른다. 차이는 인간의 눈이 아니라 AI의 눈이라는 것. 얼굴과 닮지 않은 듯 보이는 구름도 있다. 그럴 때면 AI의 시각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미술의 재료가 AI까지 확장된다는 의미 외에도 작업을 한 미디어 아티스트 신승백 김용훈 씨의 기계, 기술과 인간에 대한 고민도 엿볼 수 있다.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 4층 ‘Happy 스크린’과 서울 중구 SKT타워 1층 ‘COMO’에서 전시된다. 2월 28일까지.

 ‘김동유…’전의 작가 김동유 씨는 한국적 팝아트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그는 2006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 생존 작가 최고가 기록을 세우면서 주목받았다. 이번에 열리는 ‘김동유…’전은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균열(crack)을 살린 서양 명화를 출력해 다시 색을 칠하는 ‘크랙 시리즈’를 비롯해 40여 점의 작품이 나왔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그의 대표작인 ‘얼굴-이중 이미지’ 시리즈다. 멀리서 보면 배우 메릴린 먼로인데 가까이서 보면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얼굴이 모자이크처럼 반복되는 것이 그중 하나다. 배우 험프리 보가트가 모여 잉그리드 버그먼이 되는 것, 메릴린 먼로가 모여 김일성이나 마오쩌둥(毛澤東)이 되는 것 등이 그렇다.

 “지금도 이 시리즈를 절대 처분하지 않았다. 잠시 휴식한다고 보면 좋을 것”이라고 밝히듯 작가가 많은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들이다. 김 씨는 “서구 미술과 우리의 정서, 남성과 여성(음양), 계층과 세대, 사물의 층위를 동시에 말해야 했는데, 이중 이미지의 그림으로 여러 의미를 총합하거나 다시 해체하는 리듬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작품들의 의미를 설명했다. 사람은 그 자체로 온전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으면서 이뤄진다는 것을 작가는 재치 있게 보여준다. 2월 6일까지.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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