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올랭피아’와 대통령 풍자 누드

고미석 논설위원

입력 2017-01-25 03:00 수정 2017-01-25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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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65년 5월 파리, 왕립아카데미의 살롱전에서 한 장의 누드화를 둘러싼 소동이 빚어졌다. 날마다 몰려든 관객들이 서로 밀치고 난리법석을 벌이게 만든 작품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 지금은 주제와 기법 면에서 현대회화의 시작을 알린 걸작으로 꼽히지만 그 당시 뜨거운 열기는 대중과 평단의 부정적 반응에서 비롯됐다.

 ▷‘올랭피아’는 화가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1538년)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마네는 침대에 비스듬히 누운 나신(裸身)의 주인공을 비너스에서 19세기 파리의 전형적 매춘 여성으로 바꿔치기했다. 고전 회화의 이상형 나체와는 전혀 다른 도발적 누드, 게다가 홀딱 벗은 여인이 민망할 정도로 관객을 빤히 응시한다는 점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마네의 명작이 한국에서 때 아닌 주목을 받고 있다. 발단은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시국비판 풍자전시회.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그림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나체에 주사기를 든 최순실과 세월호가 등장한 ‘더러운 잠’을 선보였다. ‘반(反)여성적’ ‘인격살인’이란 논란에 이어 그림을 훼손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의원의 일탈에 혀를 찼다. 세간의 싸늘한 여론에 민주당은 어제 표 의원에 대해 윤리심판원 회부를 결정했다.

 ▷표 의원은 작년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전 대표의 ‘1호 영입인사’로 입당해 ‘문재인 키즈’로 불린다. 어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건 성폭력 수준”이라며 “문재인 대표가 표 의원에게 쓴소리 한마디 한다면 인기 많이 올라갈 겁니다”라고 썼다. 마침 문 전 대표는 “작품은 예술가의 자유이고 존중돼야 하지만, 그 작품이 국회에서 정치인 주최로 전시된 것은 적절치 않았다”며 “예술에서는 비판과 풍자가 중요하지만, 정치에서는 품격과 절제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문 전 대표에게 박 대통령의 제부 신동욱 씨의 말은 꽤나 아플 것 같다. “문재인 킬러는 신동욱도 아니요, 반기문도 아니요, 표창원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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