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어르신 관절건강 살펴 통증없는 ‘행복한 노후’ 선물 하세요

홍은심기자

입력 2017-01-25 03:00 수정 2017-01-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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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포커스]겨울철 불청객 퇴행성관절염

강남욱 부산 미래병원 원장이 싱가포르 의사에게 로봇인공관절수술 기법을 전수하고 있다. 미래병원 제공

 매년 겨울이면 감기만큼 흔하게 앓는 질환이 퇴행성관절염이다. 60대 이상의 노년층은 날씨가 추워지면 관절 주변의 인대나 근육이 굳으면서 극심한 무릎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여기에 설 명절까지 겹치면 상태는 더 악화될 수 있다. 계속되는 가사에 가뜩이나 아픈 무릎은 더 나빠지지만, 대부분의 부모님은 자식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 아프고 불편하다는 것을 알리려 하지 않는다.




부모님의 관절건강 눈으로 살펴보자


 부모님의 건강상태는 말보다 움직임에서 더 정확하게 드러난다. 앉았다 일어날 때 지지대가 될 만한 물건을 잡고 일어난다거나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이고, 이동속도가 많이 느려졌다면 관절에 이상이 있는 것이다. 무릎이 잘 구부러지지 않거나, 무릎을 움직일 때 소리가 나는 것도 퇴행성관절염을 의심하게 하는 징후다. 거기다 손으로 무릎을 매만지는 빈도가 높을수록 증세가 심각한 경우가 많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나이가 들어 그렇지’, ‘이 나이에 무슨 수술’이라며 치료를 꺼리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방치하면 척추에도 무리가 갈 수 있고, 다리가 휘어져 보행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주요수술 통계연보에 따르면, 무릎인공관절 수술건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4년에는 5만7000건을 넘어섰다. 수술이 보편화되면서 관련 기술도 더욱 좋아지고 있다. 특히, 기존 인공관절수술에 첨단 로봇이 더해진 로봇인공관절수술은 정확한 결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2002년에 국내 도입된 이 수술은 지금까지 1만7000건 이상 진행되면서 그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로봇 인공관절수술 정확성과 통증 감소 효과까지

 로봇수술은 고성능 컴퓨터를 이용해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3차원(3D)으로 보여줘 환자 뼈의 크기, 손상정도, 절삭 위치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수술계획을 세우고 환자 뼈에 가장 적합한 인공관절을 끼운 후 수술 결과가 정확한지 시뮬레이션한다. 이러한 과정이 수술 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최소화해 더욱 완벽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게 한다. 계획이 완성되면 본격적으로 로봇을 이용해 뼈를 깎는다. 로봇은 1mm의 오차범위 안에서 계획대로 뼈를 깎아내기 때문에 인공관절을 정확히 끼워 넣을 수 있다. 밀링커터를 이용해 뼈에 가는 충격을 최소화하여 골절발생확률도 줄여준다.

 강남욱 부산 미래병원 원장은 “로봇을 이용한 인공관절수술은 환자 맞춤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수술결과를 기대할 수 있고, 빠른 회복을 가능하게 한다”며 “일반수술환자와 비교했을 때 통증강도와 진통제 투여량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회복 차이로 입증한 로봇수술 결과

 실제로 이 병원에서 연구한 일반 환자와 로봇수술환자의 회복 차이는 확실히 달랐다. 일반수술 환자 220명과 로봇수술 환자 235명을 토대로 한 연구 결과는 로봇수술이 월등히 좋았다. 정확한 수술과 통증의 감소는 결과적으로 환자의 빠른 회복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수술의 정확성과 환자 회복을 좌우하는 첫 번째 평가는 CPM 각도다. CPM 각도란 무릎관절이 움직여지는 각도를 말하는데, 정상인의 경우 150도 내외의 각도를 이룬다. 일반적인 무릎수술환자는 120도가 나오면 퇴원할 수 있게 되는데, 환자별로 최단 7일에서 최장 22일, 평균 11일이 소요된다. 로봇수술환자는 기존 수술보다 3분의 1 이상 짧은 평균 6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는 대퇴골과 경골 사이의 역학적 축으로 엉덩이뼈와 무릎뼈 발목뼈를 이루는 다리의 일직선 축을 말하는데 보통 5∼7도가 최적이다. 이 역학적 축이 온전히 일직선이면 무릎에 전해지는 충격을 줄이지 못해 위험하고, 일정 각도 이상 틀어지면 지지력이 떨어져 한쪽에 치중된 관절이 받는 무게중심을 견디지 못한다. 따라서 무게를 받는 쪽 관절이 닳아 다리가 휘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로봇인공관절수술 환자는 6∼7도로 최적의 기준을 충족시켰으나 일반수술환자는 69%만 최적의 범주에 들었다.

 마지막 연구는 진통제인 페치딘 투여량이다. 일반수술환자에 비해 로봇수술환자는 절반 이하로 진통제 투여량이 적은 것을 볼 수 있다. 요컨대 정밀도와 안전성 측면에서 로봇수술의 효용성이 훨씬 컸다는 것이다.

 강 원장은 “로봇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정확성인데, 이러한 정확성은 최상의 수술결과를 보여줄 뿐 아니라 회복 시 통증감소 효과를 불러와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환자뿐 아니라 해외 관심도 높아 수술기법을 배우러 오는 외국 의료진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독일,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 의료진의 잇따른 방문으로 미래병원은 국내 최초 ‘로봇인공관절수술 트레이닝센터’로 지정돼 공식적인 로봇수술의 국제 수련 역할을 하고 있다.


관절건강은 노후 20년을 위한 행복열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무릎과 엉덩이관절 수술의 98.3%가 50세 이상의 중년층이라고 한다. 이 중 50∼70대 환자는 79.4%로 관절건강은 노후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었다. 무리한 운동이나 잘못된 자세, 비만 증가에 따라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발병 나이가 젊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오늘의 노인은 어제의 노인과 다르다는 신(新) 중년 시대에서 노후 20년을 건강히 보내기 위해 관절건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시대 많은 부모님들은 남은 삶도 자식에게 주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통을 참고, 일부는 수술이 무서워 당장의 아픔을 참고 지낸다. 강 원장은 “새들 중 80년의 매우 긴 수명을 가진 솔개는 40년이 지나면 부리와 발톱이 낡고 깃털이 무거워져 더 이상 날 수 없게 되는데, 이때 솔개는 스스로 부리를 부러뜨리고 발톱과 깃털을 뽑아 새로워진 것들로 바꿔 나머지 40년을 살아간다”며 “이번 설에는 다 늙어서 무슨 수술이냐고 말씀하시는 부모님들을 자녀들이 먼저 살펴 건강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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