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감동경영]“환경 보호” 착한물 캠페인, 국민과 기업의 마음 적시다

김민식 기자

입력 2017-01-23 03:00 수정 2017-01-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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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 위해 수도꼭지로 돌아가자 (下)

제3회 수돗물 시민토론회 ‘대한민국, 수돗물을 얘기하다’에 참석한 토론자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오른쪽 그래픽은 수돗물 음용 증진 비영리단체 ‘tappening’의 2012 미국 대선 수돗물 음용 캠페인 포스터.
  “이렇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수돗물을 많이 마셔야겠네요”

 지난가을. 신촌 차 없는 거리에서 열린 ‘착한물 캠페인’에 참여한 한 시민의 말이다. 10초 내에 전기자전거를 돌려서 500mL의 전광판 물컵을 채우는 이벤트. 건장한 남성 시민이 여럿 나섰는데도 10초 안에 페달을 돌려 컵을 채우는 데에 번번이 실패하였다. 수돗물홍보협의회가 진행한 행사는 ‘착한물 캠페인’을 알리는 동시에 수돗물이 왜 친환경인지 시민들이 직접 체험해 보는 이벤트로 구성되었다. 자전거 이벤트 외에도 수돗물 빨리 마시기 대회, 수돗물로 만든 칵테일 쇼 등의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실제로 수돗물을 마시면 먹는 샘물(생수)이나 정수기를 이용할 때보다 탄소 발생 저감, 전기 절약, 지하수 고갈 방지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동안 공공기관과 각 지자체가 진행했던 수돗물 캠페인에서는 이러한 환경적인 장점들보다는 수돗물의 물맛, 경제성 등의 요소가 더 부각되었다.

 이러한 수돗물 캠페인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 수돗물홍보협의회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간 진행해온 ‘체인지 홈워터’ 캠페인의 이름을 바꾸고 ‘착한물 수돗물’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정수기나 먹는 샘물을 이용하는 대신 수돗물을 마시면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수돗물이 ‘착한물’이라는 의미이다. 지자체가 보유한 고유한 수돗물 브랜드(아리수 등) 또한 간사 기관인 수돗물홍보협의회를 중심으로 ‘착한물’ 브랜드를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가령 ‘아리수’는 ‘착한물 아리수’로 홍보하여 수돗물이 환경에 보탬이 되는 ‘착한물’임을 알리는 것이다.




제3회 수돗물 시민토론회, 환경을 말하다


 “선진국에서는 대학 내에서 먹는 샘물 판매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경보호를 위해 다시 수돗물로 돌아가자는 환경 운동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돗물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한 시민의 말이다. 수돗물시민네트워크는 지난해 11월에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100명의 시민과 함께 평소 생각해오던 수돗물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제3회 수돗물 시민토론회 ‘대한민국, 수돗물을 얘기하다’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수돗물 음용 운동을 하는 수돗물시민네트워크와 시민단체, 수돗물을 만드는 종사자, 한국상하수도협회 등 관련 기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참여하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TV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 발표도 이어졌다. 미래소비자행동의 유수양 씨는 “2016년 6월부터 10월까지 지상파와 케이블 예능프로그램 20편을 모니터링한 결과 반복적인 먹는샘물 PPL 노출, 유아용 정수기물로 분유를 타 먹이는 PPL, 수돗물을 마시는 물이 아닌 것으로 묘사하는 등의 장면이 다양하게 노출되었다”며 “국민의 생각에 큰 영향을 끼치는 지상파 방송부터라도 공공재인 수돗물의 불신을 조장하는 내용의 노출을 지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리수 스토리텔러 장은화 씨는 “인간의 탄소 배출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전 세계적으로 0.75도, 한반도는 1.8도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인간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물은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수돗물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민토론회를 개최하고 나서 보름 뒤. 한국상하수도협회 회의실에서는 착한물 캠페인 홍보를 위한 ‘캠페인 업무협약(MOU)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수돗물홍보협의회의 김원민 부회장은 ‘환경’을 강조한 새로운 수돗물 캠페인으로써 ‘착한물, 캠페인’을 중장기적으로 진행해 나가겠다며 환경문제에 공감하는 많은 단체들의 캠페인 동참을 요청했다. 이번 협약식에는 수돗물홍보협의회와 한국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환경운동연합, 소비자TV, 대학내일, 이로운넷 등 5개 단체가 참석해 캠페인 동참을 약속했다. 수돗물홍보협의회는 이번 협약식을 계기로 각 기관이 가진 홍보 자원을 활용하여 ‘착한물 캠페인’을 범사회적 환경운동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한국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한소연)는 소비자, 소상인, 소생산자 등 60여 개 단체의 조직체이다. 특히 생활협동조합은 일찍부터 환경 가치와 윤리적 소비를 우선으로 정직한 먹거리를 생산, 유통하는 단체로 한소연은 이들의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기로 했다. 실제로 대표적인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의 경우 환경 보호 측면에서 먹는샘물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또한 일찍부터 수돗물시민네트워크를 통해 수돗물 음용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시민의식에 기댄 ‘착한’ 캠페인 사람들은 나의 소비행위가 나에게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개인적 소비’를 한다. 그러면서도 역설적으로 나의 소비가 공익을 증진시키는 쪽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길 원하는 ‘윤리적 소비’를 함께 생각하기도 한다. 많은 기업들이 고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환경 관련 사회공헌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 또한 소비자들의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해서이다. 수돗물이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은 많다. 우리나라 수돗물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155개를 훨씬 넘는 최대 250개 항목에 대해 수질 검사를 실시한다. 노후 수도관 교체사업도 지자체 차원에서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고도정수처리 시설 확대, 스마트워터 시스템 도입 등 수질 안전성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돗물의 가격은 먹는 샘물과 정수기에 비해 수백 배 저렴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장점들 중에서도 수돗물의 ‘환경’ 가치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착한물 캠페인은 국민들의 성숙한 의식에 기대를 걸어보는 새로운 시도다. 오늘부터는 내가 먹는 물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꼼꼼히 따져보면서 먹는 물을 선택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정답은 수돗물이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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