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조업 떼지은 中어선 집중 나포”

황금천기자

입력 2017-01-19 03:00 수정 2017-04-19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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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해적수준 ‘꾼’들 단속 역점

 해양경비안전본부가 올해 불법 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방식을 바꾼다. 경미한 위반 사항은 경고 위주로 계도하되 대규모 선단을 이뤄 불법 조업에 나서는 ‘해적’ 수준의 무허가 어선들만 집중적으로 나포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어선은 일명 ‘꾼’으로 불리며 중국에서 출항할 때부터 해경의 단속에 대비해 쇠창살과 흉기 등을 싣고 조업하다가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18일 해경에 따르면 지난해 서해와 제주도 해역에서 불법 조업 혐의로 단속된 중국 어선은 모두 405척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한국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이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특정 해역(북위 37도 이북) 등을 침범해 조업하거나 해경의 정선 명령에 불응한 채 폭력을 휘두르며 도주한 어선은 157척(38%)이다. 나머지 62%(248척)는 허가를 받았지만 조업일지 부실 기재, 어획량 축소, 변형 어구 사용같이 비교적 가벼운 위반 행위로 1000만 원 안팎의 벌금을 받았다.

 해경은 이런 위반 행위를 단속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경비력이 분산돼 정작 선단을 이뤄 치어까지 싹쓸이하는 ‘꾼’들의 조업 행위를 단속하는 데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또 가벼운 위반 행위로 적발된 중국 어부들은 해경에 사법 처리되는 과정에서 조업이 중단되고 벌금까지 내게 돼 반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특히 성어기인 3∼5월과 9∼11월 서해에 출몰하는 중국 어선은 하루 평균 2000여 척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70% 이상은 무허가 선박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경이 중국 어선 나포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경비함은 고작 27척뿐이다.

 이에 따라 해경은 10∼50척씩 몰려다니며 불법 조업에 나서 한국 어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중국 어선만 주로 단속하기로 했다. 레이더나 정찰기를 통해 불법 조업이 발견되면 고속단정이 탑재된 500∼3000t급 경비함 5척 이상을 헬기와 함께 동시다발로 투입하는 ‘벌떼작전’을 벌여 끝까지 나포할 방침이다. 대부분 100t 미만인 나무로 된 중국 어선이 10척 이상 연결해 저항할 경우 경비함이 연이어 들이받아 분리시켜 무력화하는 전술을 사용하기로 했다.

 NLL과 가까워 중국 어선이 가장 많이 출몰하는 서해 5도 해역은 3월 출범하는 ‘서해 5도 특별경비단’이 단속을 전담한다. 벌컨포와 기관포가 장착된 500t급 경비함 6척이 배치된다.

 해경이 예전과 달리 ‘꾼’들을 집중 단속하기로 한 것에는 공용화기 사용이 뒷받침됐다. 지난해 10월 해경 고속단정이 중국 어선의 추돌 공격을 받아 침몰한 뒤 함포를 포함한 공용화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같은 해 11월 12일 인천해경서가 소청도 남서쪽에서 처음으로 공용화기를 발포한 뒤 흉기를 휘두르며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중국 어선은 많이 사라졌다. 김종욱 해양경비과장(49·총경)은 “떼를 지어 싹쓸이 조업에 나서는 무허가 중국 어선이 한국 해역을 넘지 못하도록 중국 해경국과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경이 나포한 중국 어선에 탑승한 선원에 대한 인도적 조치도 마련된다. 중국 어선이 나포될 경우 담보금을 납부할 때까지 선원들은 해경부두에 5일 이상 정박하며 어선에서 생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선원들은 끼니는 물론 의료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해경은 올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인천과 목포, 제주에 중국 선원 임시보호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세종=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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