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명절때 가는 곳? 쇼핑몰-인천공항!

곽도영기자

입력 2017-01-14 03:00 수정 2017-01-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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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맵 빅데이터로 본 한국인 라이프]

 
지난해 명절 연휴에 가장 많은 한국인이 방문한 곳은? 바로 인천국제공항이다. 쇼핑센터를 찾은 사람들이 그 뒤를 이었다. 고향집 방문도 중요하지만 모처럼 맞은 연휴를 여가를 즐기면서 보내는 사람이 많았다는 뜻이다.

 또 한국인은 결혼식장에서 평균 2시간 이상을 머무는 반면 장례식장에서는 1시간 반 정도만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사고는 평일 오후 7시에서 8시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사고가 잦은 곳은 올림픽대로다. 이런 사실은 모두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도출한 결과다.

  ‘아는 길도’ 내비게이션에 물어 찾아가는 시대다. 그만큼 내비게이션은 현대인의 필수품이 됐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따로 단말기를 구입하지 않아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도 인기 있다.

 지난해 7월 전 국민에게 무료로 개방된 SK텔레콤의 ‘T맵’은 국내 1위 내비게이션 서비스다. 월 이용자는 1000만 명. 2위 서비스인 카카오내비 이용자 360만 명을 크게 앞선다.

 지난 한 해 동안 T맵을 켜고 자동차가 달린 거리는 4000만 km, 지구를 1000바퀴 돈 거리다. 하루 평균 264만 대의 차가 T맵을 켜고 있다.

 운전자가 내비게이션 앱을 켜고 달릴 때 여기서 나오는 빅데이터를 관리하는 슈퍼컴퓨터도 바빠진다. 단순히 길 안내만 하는 게 아니다. 앱을 켜고 달릴 동안 △주행 거리와 소요 시간 △급정거나 과속 정보 △특정 장소에 머문 시간(도착 후 재출발까지 소요 시간) △사고 정보(주변 차량 급정거, 이상 정체, 사고 신고 등 정보를 종합 판단) 등이 서버에 저장된다.  동아일보는 SK텔레콤 T맵사업팀과 지난 한 해 동안 저장된 T맵 주행 데이터 분석을 통해 2016년 한국 도로 상황 및 시민 일상을 살펴봤다. 이를 직장인 김기자 씨(35)의 한 해로 재구성했다.



● 가족 나들이 어디갈까? 한강공원-한국민속촌 최다




# 2016년 2월.


설 명절에 일찌감치 근처 본가와 처가를 다녀온 김기자 씨는 아내와 뭘 할까 고민에 빠졌다. 연휴가 토요일부터 시작돼 대체휴일인 수요일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미혼인 친구들은 다들 일본으로, 제주도로 짧은 여행을 떠났다. 결혼한 이들은 아직 시골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를 데리고 구경 다닐 만한 곳이 없나 생각하던 차에 아내가 “그러고 보니 아직 이케아 문 열고 한 번도 안 가봤잖아요. 그릇이나 보러 가 봐요”라고 말했다.

 2016년 명절과 크리스마스 전후 T맵 목적지 ‘톱5’ 상위권은 버스터미널이 아닌 쇼핑센터가 장식했다. 명절에도 승용차로 움직이는 곳은 고향이 아니라 쇼핑시설이나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설날 연휴(2월 6∼10일) 방문지 1위는 인천국제공항, 2위는 이케아 광명점이 차지했다. 추석(9월 14∼18일)과 크리스마스 전후(12월 24, 25일) 방문지 1위는 스타필드 하남, 2위는 인천국제공항이었다. 이외에 천북굴단지, 아침고요수목원, 에버랜드 등도 순위권에 있었다.


# 어느 토요일 점심.

김 씨는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친구 결혼식장을 찾았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올라가 보니 낯익은 얼굴들이 보여 반가웠다. 신랑과 인사를 한 뒤 친구들과 둘러앉아 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만나니 아이들도 신이 나서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야, 날씨도 좋은데 애들 데리고 2차로 한강공원이나 갈까?” 누군가의 제안에 다들 웃으며 그러자고 했다.

 특정 장소 체류 시간을 통해서는 사람들이 보통 어디에 더 오래 머무는지를 알 수 있었다. 예식장에서는 평균 2시간 10분을 머문 반면 장례식장에선 1시간 30분으로 상대적으로 짧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T맵에서 가장 많이 찾은 관광명소 ‘톱10’에는 여의도 한강공원(1위), 한국민속촌(2위), 하늘공원(3위) 등 가족 단위로 놀러가기 좋은 곳들이었다.


# 피곤한 퇴근길.

차는 거의 20분째 제자리인 듯했다. 김 씨는 라디오를 켜 놓고 올림픽대로를 넘어가다 교통정보채널로 돌렸다. “현재 올림픽대로 김포 방향, 한남대교 남단에서 반포대교 남단 방면으로 사고 차량 있어 정체입니다.” 김 씨는 한숨을 쉬고 아내에게 조금 늦을 것 같다고 연락했다.

 분석 결과 2016년 사고가 가장 많이 났던 시간대는 평일 오후 7∼8시, 구간은 올림픽대로 김포 방향 한남대교 남단에서 반포대교 남단 사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주말에는 오후 3∼4시 같은 구간에서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했다.

 수도권 사고 구간은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내부순환로 등 도시고속도로 상습정체 구간이 대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내 도로에서는 △평일 오전 시간대는 출근 차량이 집중되는 시청역과 남대문역 주변 및 강남역과 역삼역 주변 △평일 낮 시간대는 쇼핑 등으로 유동 인구가 많은 시청∼을지로입구∼한국은행 주변 △평일 저녁 시간대는 퇴근 차량이 집중되는 신사역∼강남역과 동대문역∼동대입구역 주변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2016년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김 씨는 아내와 여름휴가를 맞춰 찜통인 한국을 떠나보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를 데려가기 좋은 동남아 리조트를 예약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보니 평일인데도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경기 침체에도 여전히 휴가를 해외로 떠나는 이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휴가철(7월 23일∼8월 15일) T맵 목적지 1위는 ‘인천국제공항’. 제주도 여행객들이 주로 찾는 김포국제공항 국내선도 4위를 차지했다. 국내 관광지 중에서는 광명동굴과 속초해변, 장호항 등이 상위권에 들었다.

어느 날 퇴근하고 돌아와 보니 아내의 화난 표정이 심상찮다. “왜 그래?”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아내가 눈짓으로 가리키는 식탁 위에는 뜯어진 봉투와 파란 글씨로 ‘과태료 납부 고지서 및 영수증’이라 적힌 속도위반 딱지가 있었다. ‘위반 장소: 서해안고속도로.’ 아차, 주말에 오랜만에 친구들과 다녀온 안면도 여행에 너무 들떴었다.

 전국 주요 고속도로 중 가장 빨리 달린 곳 1위는 서해안고속도로(하루 평균 속도 98.7km)였다. 태안반도, 변산반도, 대천해수욕장 등 주요 관광지가 연결되는 도로다. 2위는 춘천과 대구를 잇는 중앙고속도로(98.2km), 3위는 천안과 논산을 잇는 천안논산고속도로(97.3km)였다.


# 아내에게 한바탕 잔소리를 들은 김 씨는 소파에 앉아 T맵 ‘운전습관’ 메뉴를 켰다.

‘59점(상위 23%), 우수한 안전 수준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떠올랐다. ‘속도준수’와 ‘여유가속’에서는 ‘양호’ 평가를 받았지만 ‘안전감속’에 ‘주의’ 평가가 떠 있었다. ‘내년엔 60점대 중반까지 올려서 자동차보험 할인 받아야지.’ 김 씨는 다짐했다.

 T맵은 지난해 4월 ‘안전운전 지수’ 서비스를 처음 도입해 현재 약 400만 명의 운전자가 가입해 있다. 안전운전 지수는 주행거리, 과속, 급정거, 급출발 등을 종합해 1∼100점으로 환산한 점수다. 운전습관 점수가 61점을 넘으면 자동차보험 할인(동부화재 5%), 중고차 매각가격 보상(SK엔카)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향후 안전운전 지수에 따라 주유, 주차요금을 할인해주는 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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