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경매 돈된대”… 20, 30대 러시

강성휘기자

입력 2017-01-03 03:00 수정 2017-01-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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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시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최모 씨(37)는 1년 전 그만뒀던 법원경매 공부를 지난해 12월 다시 시작했다. 지난해 초 여윳돈을 굴릴 수 있는 투자처를 알아보던 중 경매에 관심을 가졌지만 법과 절차 등이 까다로워 포기했다. 하지만 정부의 11·3 대책이 그에게 경매에 대한 관심을 다시 일깨워줬다. 최 씨는 “부동산 투자 상품 가운데 법원경매가 다른 분야보다 비교적 11·3 대책의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20, 30대 젊은층에게 법원경매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 정부의 규제대상이 아닌 데다 그동안 활기를 띠었던 부동산시장이 올해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싼값에 좋은 매물을 구하기가 쉬워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2일 부동산 경매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정부의 11·3 대책으로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붙은 가운데에도 법원경매는 지난해 11월과 12월의 평균 낙찰가율이 93%를 보였다. 이는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띠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일부 매물은 50명 넘게 응찰자가 몰리며 치열한 낙찰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경매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주는 ‘크라우드펀딩 스타트업’도 등장하면서 2030세대의 법원경매 ‘러시(rush)’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소딧(SODIT)’은 크라우드펀딩을 받아 법원경매에 투자한 뒤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돌려주는 부동산 개인 간 거래(P2P) 중개업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누적투자액 100억 원을 돌파한 소딧의 투자자 가운데 30대가 45.2%를 차지할 만큼 전체 연령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여기에 20대 투자자까지 합치면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 56.3%에 달했다.

 장동혁 소딧 대표는 “올해 금리가 오르면 은행대출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한 매물이 쏟아져 나와 법원경매시장이 더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자 지난해 말부터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소딧 측은 소액 투자를 원하는 젊은층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이달 투자 가능금액 최소한도를 50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낮출 계획이다.

 11·3 대책 이후 법원경매 관련 서적 판매도 늘어나는 추세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부동산 경매 관련 서적 판매량은 10월 3062권에서 11월 3597권, 12월 3714권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법원경매 학원을 찾는 젊은층도 다시 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법원경매 전문학원 ‘경사모’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이후 주춤했던 2030 수강생 비율이 다시 늘어나 지금은 전체의 50% 정도 된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영향으로 이달 수강생 수도 전달보다 20%가량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경매에 관심을 가진 젊은 직장인들이 경매공부를 위해 만든 스터디 모임도 활발하다.

 하지만 성공 사례만 믿고 무작정 법원경매에 뛰어들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금리가 오르면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한 물건들이 저렴하게 경매시장에 많이 나올 수 있다”며 법원경매시장의 활황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김 연구위원은 “자금계획을 확실히 세우지 않은 채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투자를 했다간 마찬가지로 높은 금리 등을 감당하지 못해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자금계획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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