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내수시장, 그나마 수출이 떠받쳤다

이건혁기자 , 김성규기자 , 주애진기자

입력 2016-12-31 03:00 수정 2016-12-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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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 희비로 본 2016 한국경제
청탁금지법-소비부진 등 악재 겹쳐 음식료품-섬유의복 직격탄
반도체-철강 수출 강세로 버텨


 2016년 병신년(丙申年) 증시를 이끈 종목은 삼성전자를 앞세운 반도체였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전기전자 회사를 비롯해 철강 등 수출 관련 업종의 주가는 강세를 보였지만 서비스, 음식료 등 내수 관련 업종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경기 침체 속에서 전자 등의 수출 업종에 기댄 한국 경제의 우울한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 반도체 초강세… 수출 업종 ‘반짝’

 30일 한국거래소가 업종별 대표종목 지수의 올해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반도체 관련 업종 주가가 올해 34.6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코스피 상승률(3.32%)을 크게 뛰어넘어 가장 돋보이는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가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올해만 43.0% 오른 영향이 컸다. 세계적으로 ‘스마트카’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개발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늘었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가 초장기 호황인 ‘슈퍼사이클(Super Cycle)’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것이란 기대감에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KB금융(29.11%), 신한금융지주(14.41%) 등 국내 주요 은행의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 저금리로 인한 순이자마진(NIM)이 악화했지만, 대출이 크게 늘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포스코(54.65%)를 필두로 한 철강회사들은 중국발 공급 축소와 신흥국 경제 회복의 ‘훈풍’에 힘입어 선전했다. 지난해 하락폭(16.02%)이 컸던 만큼 반등도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 내수 침체, 구조조정으로 식음료 조선 해운 ‘우울’

 올해 음식료품 업종(―27.82%), 섬유의복(―22.84%), 서비스(―11.90%), 유통업(―11.30%) 등 내수 관련 업종의 주가가 두 자릿수 이상 하락폭을 보였다.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등의 악재가 겹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자동차와 조선, 해운 등 ‘중후장대’ 업종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사태를 필두로 조선업과 해운업 대표업체들은 생존의 기로에 섰다. 국내 해운업 1위였던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이어 청산의 길을 밟고 있다. 주가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종목 중 최대인 89.9% 하락했다. 살아남은 현대상선의 미래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한진해운의 핵심 자산이 SM그룹이나 외국 회사에 넘어갔고 업황도 충분히 회복되고 있지 않아서다.

 조선업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는 올해 초 목표했던 수주 목표치(419억 달러)의 21.9%(91억7000만 달러)밖에 채우지 못하는 등 극심한 ‘수주절벽’에 시달렸다. 이 3사는 연초에 세웠던 수주 목표치를 절반 이하로 낮춰 잡아야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정부의 지원으로 최악의 상황은 피했으나 과거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는 완성차 5개사 중 현대·기아자동차를 제외하고 괜찮은 한 해를 보냈다. 현대자동차는 노조의 장기 파업과 태풍 지진 등 자연재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건혁 gun@donga.com·김성규·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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