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빅3 가세…면세점 무한경쟁

김재범 기자

입력 2016-12-19 05:45 수정 2016-12-1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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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맨 왼쪽부터).

신규사업자 지난 3분기 수백억 적자
송객·특허수수료 갈수록 오를 전망
면세점 13곳 무한경쟁…밀리면 끝

‘현대백화점의 등장, 롯데의 기사회생, 그리고 SK의 쓸쓸한 퇴장.’

면세점 무한경쟁의 막이 올랐다. 관세청이 17일 저녁 발표한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추가특허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 롯데면세점, 신세계디에프 등이 선정되면서‘유통 3차대전’이라고도 불렸던 기업들의 격전이 마무리됐다.

이번 3개 사업자를 포함해 지난해와 올해, 세 차례에 걸친 면세점 특허심사를 통해 서울 시내 면세점은 모두 13개가 됐다. 2∼3개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던 과거와는 경쟁구조 자체가 다른 ‘레드 오션’이 도래한 것이다.


● ‘유통 빅3’ 모두 등장…긴장하는 신라

먼저 현대백화점의 입성이 눈길을 끈다. 롯데, 신세계와 함께 유통업계의 ‘빅3’로 불리면서도 지난해 실패의 쓴잔을 맛보았던 현대백화점은 보란 듯이 최고점수(801.50점)를 받으며 사업권 확보에 성공했다. 이로서 잠실월드타워점 영업권을 되찾은 롯데, 반포 센트럴시티점을 통해 강남 진출에 성공한 신세계 등 백화점을 지닌‘유통 빅3’가 모두 면세점사업에 진출했다.

매출1위를 자랑하는 롯데면세점 소공점 사례에서 보듯 백화점과 면세점이 함께 있을 때 시너지 효과가 상당하다. 후발주자지만 유통분야에서 막강한 전문성과 영업력을 지닌 현대백화점은 다른 업체들에게 무척 부담스런 존재다. 당장 업계 2위 신라면세점으로서는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HDC신라가 이번에 강남 진출에 실패하면서 새로운 경쟁구도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시장에 진입한 한화와 두산 역시 사업이 채 자리 잡기도 전에 등장한 버거운 강적 때문에 머리가 복잡하다.


● 면세점 무한경쟁시대…밀리면 끝

면세점은 그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러나 최근의 영업상황을 보면 ‘황금알’과는 거리가 멀다. 신세계디에프, 갤러리아63, HDC신라, SM면세점 등 신규사업자 모두 지난 3분기 수백억 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두타면세점도 상반기 1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신세계면세점과 SM면세점은 영업이익률이 -30%였다. 꾸준한 상승세의 시장을 바탕으로 안정된 영업을 할 것이란 기대와는 동떨어진 결과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개선될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늘어난 면세점들의 관광객 유치경쟁으로 여행사에 지급하는 ‘송객 수수료’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기획재정부는 최근 면세점 특허수수료율을 기존 매출액 대비 0.05%에서 매출 규모에 따라 0.1∼1.0%로 높이는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모두 면세점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여기에 면세점시장의 핵심인 중국인 관광객은 7월 91만7900명을 정점으로 4개월째 줄어들면서 근심을 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에는 업체들이 시장을 사이좋게 나눠 갖는 구조였지만, 면세점 수가 크게 늘어난 지금은 경쟁에서 밀리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 특검 수사 등 난제 수두룩

특검정국과 최순실 재판도 큰 변수다. 특허와 관련해 몇몇 기업의 로비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관세청은 이번 심사를 강행했다. 정치권, 특히 야권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지만 “사업자로 선정된 기업 중에 거짓·부정한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정되면 특허가 취소될 것”이라며 사후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의혹을 받은 기업 중에 롯데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최순실 게이트’재판과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엄청난 후폭풍이 생길 수 있다.

한편 17일 심사에서 관세청은 서울과 부산, 강원지역 시내면세점을 운영할 중소중견기업 신규사업자로 탑시티면세점, 부산면세점, 알펜시아를 각각 선정해 발표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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