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표의 근대를 걷는다]하남 구산성당의 특별한 이사

이광표 오피니언팀장·문화유산학 박사

입력 2016-12-08 03:00 수정 2016-12-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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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건축된 경기 하남시 구산성당.
 한강에서 멀지 않은 경기 하남시 구산성당. 건물은 소박하지만 단정하고 품격이 있다. 1956년에 세웠으니 이제 60년. 6·25전쟁의 상흔 속에서 신자와 주민들이 인근 한강에서 모래와 자갈을 옮기고 벽돌을 쌓아 올려 함께 지은 것이다. 아름다운 외관과 역사성 덕분에 이곳에선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찍었다. ‘천사의 유혹’ ‘별을 따다줘’ ‘너는 내 운명’ ‘에덴의 동쪽’ ‘히어로즈’ 등.

 구산성당이 현재 특별한 이사를 하고 있다. 건물을 통째로 들어올려 옮겨놓는 ‘원형 이동 복원’이다. 성당(면적 199m²)을 해체하지 않고 기존 위치에서 약 200m 떨어진 새 부지까지 레일을 깔고 그 위로 건물을 끌어당겨 옮기는 방식이다. 60년이나 된 건축물을 통째로 이동해 보존하는 시도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이렇게 시도하기까지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원래 구산성당은 미사강변도시 택지개발에 따라 올해 9월까지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짓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철거일이 다가오자 신자와 주민들은 안타까워했다. 60년 된 성당 건물을 이렇게 없애버려야 한다니…. 논의 끝에 7월경 건물을 통째로 옮겨 보존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런데 9월 들어 변수가 생겼다. 구산성당 측에서 재정 문제, 안전기술 문제 등을 들어 원형 이동 복원을 포기한 것이다. 성당 건물은 다시 사라질 위기에 처했고, 또다시 논란이 일었다. 결국 수원교구 차원의 결단에 따라 상황이 반전되면서 원형 이동 복원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9월 말이었다.

 그때부터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건물을 옮길 때 무너지지 않도록 구조물을 단단히 보강했다. 종탑은 안전을 위해 해체해 분리했다. 내부 마감재도 뜯어냈다. 건물 바닥을 지반에서 분리했고 이동로의 지반을 평탄하게 고르고 여기에 레일을 깔았다. 성당 건물에 6개의 와이어를 묶고 끌어당겨 레일 위로 움직여 이동하도록 했다. 이달 5일 드디어 이동이 시작되었다. 안전을 위해 하루 15m 정도씩만 끌어당긴다. 이동 작업은 다음 주말이면 마무리된다. 이어 종탑을 다시 올리고 내부를 복원하는 작업이 이어질 것이다. 

 하남지역 공동체의 삶과 신앙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 드라마와 영화로 우리에게 많은 추억을 남겨준 곳, 구산성당. 원형 이동 복원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국내 첫 시도인 데다 비용도 엄청나다. 그렇기에 이번 시도는 더욱 뜻깊고 아름다운 실험이 아닐 수 없다.

이광표 오피니언팀장·문화유산학 박사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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