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후유증’ 겪는 학부모들… 절망감-우울증 호소

임현석기자

입력 2016-11-28 03:00 수정 2016-11-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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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험생 학부모 김민아 씨(47)는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 아들의 무신경함 때문에 신경이 곤두섰다. 아들이 시험 직후 확인한 가채점 결과는 6, 9월 모의평가에 비해 영역별로 3∼5점씩 떨어졌다. 이 때문에 김 씨는 아이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지만 정작 아이는 시험이 끝났으니 홀가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낙 불수능이라 이 정도는 다 떨어졌다”는 아이의 말이 김 씨는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재수를 해야 할지, 대입 전략을 다시 짜야 할지 근심이 쌓인다.   

 수능만 끝나면 홀가분할 줄 알았던 학부모들이 ‘수능 후유증’을 겪고 있다. 수능이라는 긴 여정을 마치고 성적 발표일까지 모처럼 해방감을 만끽하는 수험생과는 달리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는 것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수능 직후 절망감이나 우울증 같은 증세는 수험생도 보이지만 수험생 학부모 역시 비슷한 증세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험생 학부모들은 자녀의 수능 성적에 더 실망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실망감을 아이들에게 표출하지 않으려다 보니 혼자 속을 썩이는 경우도 많다.

 이에 전문가들은 “결과부터 수용하는 자세를 가지라”고 조언한다. 수능 결과는 되돌릴 수 없는 사실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아이와 대화를 통해 차분히 해결책을 찾아갈 때 스트레스를 풀 실마리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원활한 대화를 위해서는 아이가 낙담하지 않도록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가 홀가분해 보이더라도 실제론 긴장이 풀리면서 허탈감과 상실감, 우울증을 오갈 수 있으므로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김효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학부모의 지나친 관심과 걱정이 아이에게 그대로 표현되면 아이는 더 큰 부담을 느낀다”며 “자신의 감정에다 부모의 감정까지 같이 견뎌야 하기 때문에 심적 고통이 클 수 있으니 아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수능도 인생을 이루고 있는 여러 과제 중 극히 한 부분일 뿐이다. 종착점이 아니라 지나가는 관문이라는 것과, 이를 못 본다고 해서 실패자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도 아이도 결과에 낙담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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